서양 아크릴로 그린 新몽유도원도

석철주 개인전 내달 4일까지 갤러리조은
아크릴과 망 이용한 몽환적 회화
덧칠 대신 물감 지워내 화면구성

신몽유도원도(고향떠난 산수)16-50. 캔바스,아크릴릭, 젤. 112 x 194cm.2016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재료와 기법은 달라도 수묵화의 정신세계는 그대로 가져왔다. 정신이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정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동양화가인 석철주(67) 화백은 산수화의 세계를 서양화 기법으로 표현해왔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 서양화 재료인 아크릴을 주로 사용한다. 석철주는 16세 때부터 청전 이상범 문하에서 배우며, 한국화 정신을 배웠다. 20대 후반 늦은 나이에 미술대학에 진학한 후, 동·서양 재료와 기법을 모두 섭렵하면서 실험을 계속했다. 그 결과 먹과 종이, 아크릴과 캔버스 작업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다졌다.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조선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1418~1453)의 꿈 이야기를 바탕으로 당대 화가 안견이 그린 것이다. 여기서 제목을 따온 ‘신몽유도원도’는 석철주의 대표적인 연작이다. 신몽유도원도는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여러 산봉우리들이 안개와 구름과 어우러져 몽롱하고 환상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심산유곡의 산수풍경을 꿈속처럼 아련하게 표현했다.

신몽유도원도인왕산 16-2. 캔바스,아크릴릭,젤 130 x 130cm, 2016

서양화가 캔버스에 여러 물감을 차례로 올린다면 그는 바탕색과 다른 색의 물감을 캔버스에 올린 뒤 마르기 전에 지워버린다. 물을 담은 에어건, 마른 붓을 차례로 쓰며 지우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억지로 쌓은 형상이 아닌 저절로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게 한다. 또한 공개된 신작에는 수석(돌)을 앉혔는데 이는 몽환적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현실을 상징한다. 꿈과 현실이 하나의 그림 안에 혼재한다. 그리고 캔버스 위에 젤을 이용해 망 처리를 한다. 현대 디지털 문화의 픽셀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중첩된 두 개의 막이 꿈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왔으니 표현기법도 변해야 한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에 똑같은 방법을 고수할 수는 없다. 망과 그 사이 구멍을 통해 본 풍경을 그리려고 했다. 강원도 정선에 갔을 때 민박집에서 잠을 자다가 아침에 방문 에 쳐놓은 모기장을 통해 바깥 풍경을 봤는데 진짜 아름답고 몽환적이었다. 신몽유도원도 제작 기법은 그 당시 본 풍경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 11일 문을 연 ‘도건(濤建) 석철주’ 개인전은 내달 4일까지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계속된다. 전시에는 신작 25여점을 선보인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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