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국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폭력사태를 유발한 극우 시위대를 또다시 두둔하고 나섰다. 사건 발생 첫 날 폭력사태를 '여러 편'(many sides)의 잘못으로 돌렸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뒤 "인종주의는 악"이라고 입장을 바꿨지만, 또다시 번복한 것이다.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위대의 모든 사람이 신(新)나치주의자가 아니고, 백인우월주의자도 아니다"며 "(극우 시위대에 대항해 시위한) 대안 좌파(alt-left)들도 매우 폭력적이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첫 날 '여러 편(many sides)'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결국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샬러츠빌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에도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를 막기 위해 시위했다"며 "이번 주는 로버트 리, 또 다른 주는 스톤월 잭슨, 다음은 조지 워싱턴, 또 다음은 토머스 제퍼슨인가. 대체 언제 그만둘 건지 자신에게 되물어 봐라"고 답했다. '동상 철거'라는 원인을 제공한 측이 문제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유혈사태는 샬러츠빌의 민주당 시의회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려 하자, 극우파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로버트 리는 백인우월주의자들에 의해 극우파의 상징이 된 인물이다. 스톤월 잭슨도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장군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시위대를 옹호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까지 같은 반열에 둔 것에 대해 "조지 워싱턴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사실상 극우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진영에서는 곧바로 환영 메시지가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쿠클럭스클랜)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는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직하고 용기 있게 '샬러츠빌 사태'의 진실을 말하고 좌파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한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한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인우월주의 집회를 규탄해 열광적 반응을 얻고 있다. CNN은 "태어날 때부터 피부색이나 출신, 종교를 이유로 다른 사람을 증오하는 사람은 없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윗이 역대 최고의 트윗으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보육원 창문을 통해 여러 인종의 아이들을 올려다보는 사진을 곁들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윗에서 "사람은 증오를 배워야 한다. 그들이 증오를 배울 수 있다면 사랑도 배울 수 있다. 사랑은 그 반대보다 인간 가슴에 더 자연스럽다"고 전했다.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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