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조종사 대란] 국토부 '기장 비행경력 기준' 임의변경 논란

부기장석 앉은 기장, 비행시간 인정 못받아중국 항공사 이탈 방지 꼼수 비판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형항공사들이 '기장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기장 비행경력 산정 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장들의 경력 산정 기준을 까다롭게 해 해외 이탈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경력관리 측면에서 조종사들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기장의 비행경력 시간 일부를 인정하지 않도록 산정 기준을 변경하는 지침을 각 항공사에 내려보냈다. 변경된 지침의 요지는 기장이 조종실 내 좌측 기장석에 앉지 않고 우측 부기장석에 앉아 근무한 비행시간은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간 항공기는 조종실 내 기장 1명과 부기장 1명이 각각 좌측 기장석과, 우측 부기장석에 앉아 비행한다. 비행시간이 8시간 이상인 장거리 비행의 경우 인원을 증원해 교대하며 운항하는데, 예를 들어 비행시간이 13~14시간인 대한항공의 인천~토론토 노선의 경우 기장과 부기장 총 4명이 짝 지어 비행하는 식이다. 2명의 기장과 2명의 부기장이 교대로 운항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부기장 수 부족과 운영 효율화 차원에서 3명의 기장과 1명의 부기장 편조로 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명의 기장과 1명의 부기장이 운항하는 경우, 기장 3명 중 2명은 갈 때와 올 때 각각 6시간30분~7시간씩 지휘기장(PIC)으로서 근무를 하지만, 3번째 기장은 부기장석에 앉아 근무하게 된다. 국토부의 해석대로라면 2명의 기장은 13~14시간의 비행시간을 경력으로 인정받지만, 나머지 기장은 기장으로서의 비행시간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교육(검열비행)을 하는 후방석에 동승하는 교관 기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관 기장은 기장 자격으로 비행에 참여하지만 기장석에 앉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행시간을 인정받을 수 없다.  국토부는 항공사별 경력 산정 방식을 일원화하는 것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제와 산정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항공사 소속 A기장은 "기장이 오직 좌측석(기장석)에서 근무해야만 경력을 인정받는다는 국토부의 방침이 옳다면, 기장이 우측석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무자격이라는 논리"라면서 "국토부의 해석대로 비행시간을 인정할 수 없다면 이런 비행 패턴을 편성하지 않도록 항공사에 조치해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이같은 조치가 중국 등 해외 항공사로의 이직을 막기 위해 나온 꼼수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기장 인력의 해외 유출이 심각해지자, 비행경력을 채우는 방식을 까다롭게 해 기장들의 이탈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대형항공사 소속 기장 B씨는 "이번 변경 지침은 국내 조종사들의 경력관리 측면에서 개인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고, 국제적인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장 C씨는 "이런 지침 변경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조종사들의 의견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면서 "조종사협회나 양대 항공사 조종사노동조합과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면 이러한 부당한 지침의 일방적 시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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