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동절에도 요우커 '0' 식당 알바로 간 가이드들

자영업자 신분으로 실업급여 대상 안돼 당장 생계 막막서울시, 대체 공공일자리 제공 검토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김민영 기자] "혹시나 했는데 이번 중국 노동절 연휴(4월29~5월1일)에도 단체 투어가 한 건도 없었어요. 중국어 강사 자리 신청도 해봤는데 너무 많이 몰려서 떨어졌어요. 한국에 남아서 계속 일하고 싶지만,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두달 동안 수입이라고는 식당일을 해서 번 100만원이 전부예요."4년째 한국에서 중국어 관광 통역 안내사(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 정모씨(45·여)는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이 발표 된 3월15일 이후 수입이 거의 끊긴 상태다. 가이드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 관광객 투어를 끝낸 후 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어가 없으면 수입도 없다. 중국 국적의 정씨는 하루 빨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그는 "예전처럼 중국과 한국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서로 좋은 일"이라며 "이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면 중국으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 이후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가이드들의 생계가 막막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소규모 개인 관광은 이어지고 있지만 단체 관광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성수기 중 하나로 여겨졌던 중국 노동절 연휴에도 한국을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공사에 등록된 가이드는 2만8929명이다. 이 중 중국어 가이드가 1만1031명으로 가장 많다.
중국어 가이드 서춘영(가명·45·여)씨는 "당장 생계비가 끊기다 보니 무슨 일이라도 해보려고 식당 아르바이트 자리나 한자 학습지 선생님 일도 알아봤었다"며 "7월부터는 방학 성수기라서 그때는 중국이 관광을 풀어줄 거란 기대만 하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 가이드는 대부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 신분이어서 퇴직급여나 실업급여도 받지 못해 관광객이 끊기면 생계도 바로 타격을 받게 된다. 중국 본토 관광객이 끊기자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등 화교들을 대상으로 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들도 있다. 경력 30년차 베테랑 가이드 50대 곽모(여)씨는 "화교들도 중국어를 알아들으니까 지금으로선 그 일이라도 뛰어야 된다"며 "쉰 정도 되신 남자 가이드 한 명은 24시간 편의점에서 밤에만 일을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가이드들이 대만으로 넘어가 한국 가이드로 일하거나 노래방 등에서 서빙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국적을 가진 가이드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한다.박성란 한국중국어관광통역사협의회 회장은 "중국 관광객이 계속 올 것이란 기대에 중국어 가이드도 수년간 너무 많이 늘었다"며 "지금처럼 일자리가 없어져도 대안이 없다보니 모두가 막막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자구책으로 타 언어권 가이드 교육을 위해 동남아 언어권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한국 역사 교육이나 세무, 법률 공부 등 관련 교육도 가이드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가이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광업계 피해를 최소화 해 관광 시장의 불안 요인이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서울시는 중국어 가이드들에게 공공일자리 제공을 검토 중이다. 최근 유관협회와 관련 회의를 진행해 가이드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는 가급적 관광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하고 있으나 중국어 강사 등 다른 분야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예산은 32억원 정도 확보했고, 200명의 가이드들에게 올해 연말까지 일자리를 줄 예정이다. 임금은 월 140만~160만원 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중 구체적인 대책안을 마련해 하루 빨리 공공일자리 모집공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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