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김혜원특파원
베이징 왕징의 아파트 단지.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인 밀집 거주 지역인 왕징에서는 주택 매매 계약 취소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워아이워자 관계자는 "부동산 담보 대출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위약하는 건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매매 가격은 아직까지 큰 변동이 없지만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자의 공통된 이야기다.또 다른 중개업소 롄자 관계자는 "왕징의 경우 알리바바그룹의 제2본사 입주 효과 등으로 임대비가 여전히 오름세라서 매매가가 떨어지진 않고 있다"면서 "다만 부동산 가격 폭락을 우려한 일부 집 주인의 매각 문의는 좀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왕징 소재 아파트 단지의 ㎡당 매매가는 10만위안(약 1620만원)을 훌쩍 넘는 곳이 부지기수다. 조선족이 운영하는 N부동산 관계자는 "정책이 나오기 전에는 월세가 계속 올라 집을 사고파는 수요가 있었지만 앞으로 매매는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다"며 "올해 중국 부동산 경기는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했다.지난해 전국 집값 상승률 1위였던 선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최근 찾은 선전 중심가 푸톈구에는 문을 닫은 부동산 중개업소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중국 부동산 시황은 정부 정책에 따라 거래량 변동성이 심하다 보니 영세업자는 개·폐업을 밥 먹듯이 하곤 한다. 근래에는 부동산이 알선한 불법 대출 등 당국의 단속도 잦아지면서 허가 취소 사례도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선전 집값은 요지부동이라고 했다.선전 소재 쉐취팡(學區房·좋은 학군 밀집 주택)은 ㎡당 7만위안 상당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국 기준으로 100㎡형(30평형) 아파트 거래 가격이 12억원 상당인 셈이다. 중웬부동산 관계자는 "선전 부동산의 경우 가격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거래량은 절반으로 줄었다"며 "정부의 규제로 거래는 급감했지만 선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올해 부동산 경기 과열을 막고자 하는 중앙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한 탓에 갑작스러운 집값 폭락을 우려하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선전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한 한 중국인은 "15년 전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는데 그 사이 가격이 몇 배가 뛰었는지 모른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또 규제를 강화하면 집값이 떨어질까 겁나 팔아야 할지 남편과 상의하고 있다"고 털어놨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