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의 맛과 멋으로 띄우는 수묵편지

지역에 눈뜬 문인화가, 이형수 先生
“대게뿐 아니라 지역이야기도 함께 나눠야…”

심관 이형수 선생[사진= 도서출판 서예문인화 제공]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경상북도 영덕군은 대게축제(3월23~26일)로 유명하지만 예부터 문향(文香)이 가득한 도시다.문인화가 이형수 화백(66·사진)이 고향 영덕에서 열리는 축제에 때맞춰 서울 인사동 갤러리경북에서 뜻깊은 전시를 열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부터 내달 4일까지 '영덕 대게의 맛과 영덕 문향(文香)의 멋-이형수의 수묵편지'를 전시한다. 이 화백이 직접 기획해 서울뿐 아니라 포항 아트갤러리 빛, 청송 야송군립미술관, 전남 고흥갤러리, 전주한옥마을 아그배갤러리 등 다섯 곳에서 총 200여점을 동시에 공개한다. 이 화백은 시·서·화(詩·書·畵)를 두루 섭렵하며 40여 년간 전통 수묵(水墨)을 바탕으로 현대 문인화(文人畵)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그는 "영덕이 대게축제만으로 기억돼 안타깝다. 이제는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팔아야 한다. 그래야 사계절 내내 관광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이 화백의 그림은 사군자 또는 십군자를 바탕으로 한 전통 문인화의 소재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물 위주로 제작한다는 점에서 여느 문인화와 차이가 있다. 과감한 생략법과 지역 인사들의 이야기를 충실히 담는 것이 특징이다. 영덕군 창수면 출신인 고려 말기의 고승 나옹선사, 영덕군 영해면에서 태어난 이색, 340여 년전 영양지방 사대부가의 여인으로 조선 최초 여중군자(女中君子) 칭호를 받은 장계향 등 전시관을 따라 걷다보면 영덕 출신 선현들의 고매한 인격과 만나게 된다.

(사진 왼쪽부터) 여수여풍(如水如風), 70×46㎝ 종이에 수묵담채와 커피, 2016/ 오직 스스로 얻을 뿐이다, 70×46㎝ 종이에 수묵 담채와 커피, 2016/ 음식지미방의 가치, 70×46㎝ 종이에 수묵 커피, 2016 [사진=도서출판 서예문인화 제공]

이 화백은 "영덕 사람이면서도 이렇게 좋은 분들을 '왜 이제야 알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열일곱 살 때부터 문인화를 시작했지만 젊었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예순에 접어들면서 인물을 위주로 그리기 시작했다. 지역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도 최근 5년이다"고 했다. 이 화백은 문인화가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이틀을 '수묵편지'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나옹선사의 '청산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고…'라는 시구는 내 근본정신과 매우 통하더라. 최근에는 현대인물을 포함해 그리거나 다양한 형태의 문인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이 화백은 (사)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로 한국서가협회 수석부이사장으로 활동했다. 독일 베를린 스판다우 문화의집 갤러리 초대전, 독일 함부르크 국제민속박물관 초대전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한다. 그는 "앞으로는 한국 문인화를 국내보다 해외에 더 알려야 한다. 지역인사를 세계 유명인사로 만들고 싶다.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원 등과도 협의할 생각"이라고 했다.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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