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 '밤의 해변에서 혼자'… 문성근 입을 통해 홍상수가 한 말은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19번째 장편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찾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영화에 쏟아지는 뜨거운 의혹과 관심에 "자전적인 영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어느정도) 삶을 반영하고 있음을 부인하진 않았다. 사진 = 베를린국제영화제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베를린에 초청됐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작품보다는 여배우 김민희와의 스캔들에 집중했고, 영화가 공개되기 전 그 내용이 한 여배우가 유부남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는 것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영화의 ‘자기반영성’을 들어 관심이 쏟아졌다. 영화는 홍상수가 만들었지만 상은 김민희가 받았고, 영화 안에서 역시 배우 김민희는 배우 영희를 연기했는데 그 맞은편의 감독 역이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모두의 기억이 희미하다. 영화 정보를 통해 확인된 바 상대역으로 출연한 정재영은 감독 역이 아니라 하고, 그럼 누구일까. ‘오! 수정’과 ‘해변의 여인’, ‘첩첩산중’과 ‘옥희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홍상수 감독의 오랜 페르소나, 문성근은 영화 속 감독을 천연히 소화하고 나서 표표히 영화 바깥으로 사라졌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배우 영희(김민희 役)는 유부남인 영화감독(문성근 役)과 사랑에 빠져 쫓기듯 떠난 독일에서 그를 생각하며 고뇌하고, 한국에 돌아와선 그가 촬영 중인 강릉에서 그와 해소되지 않은 감정을 놓고 크게 다투게 된다. 사진 = 전원사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만들 거야. 미리 정해 놓는 건 아무것도 없어. 첫 장면을 찍고 나서 되는 대로 갈 거야." -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중 감독(문성근 役)의 대사홍상수 감독은 지난 16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열린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회견에서 "이 작품이 자전적인 영화는 아니다"라고 밝히며 일각에서 주목하는 ‘자기반영성’에 대한 의문에 선을 그었지만, 이내 "모든 감독은 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다만 그 정도의 차이는 있는데, 나는 영화에 내 삶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털어놓으며 모호한 여운을 남겼다.
감독과 배우로 베를린영화제를 찾은 두 사람은 영화제 기간 내내 시종 다정한 모습으로 대중앞에 섰다. 사진 = 베를린국제영화제
"만드는 사람은 작품과의 관계가 어떻게든 드러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심하는 편이나, 의도적인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 2004년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간담회에서그의 영화 주인공이 감독 자신과 겹쳐 보인다는 반응은 어제오늘의 질문이 아니며, 사실 (사건의 당자인) 두 사람이 직접 자신의 입을 통해 공식 석상에서 관계를 표명한 적 역시 아직 없는 상태.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핵심 서사가 세인의 관심대로 불륜이라면 이 영화가 주목받는 만큼 우리는 감독을 연기해낸 문성근이란 배우에 대해서도 집중해야 할 것이나, 영화 외적인 사건에 대한 집중 탓인지 혹은 극도로 대외홍보를 자제하고 있는 제작사의 의도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 속 ‘감독’은 주인공 영희가 맞는 불행의 단초임에도 불구하고 관심과 화제 속에 고요히 침잠해있다. 그는 지난 18일 김민희의 수상 소식을 담은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축하합니다”라는 짧은 인사를 남겼을 뿐이다. ▲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예고편 영상 "배우 해주실 분은 최대한 원래 모델이 된 분과 비슷한 인상의 분을 선택했습니다. 그 비슷함이란 한계 때문에 제가 원래 보고 싶었던 붙여놓은 두 그림의 효과를 절감시킬 것 같습니다." - 영화 ‘옥희의 영화’ 중 옥희의 나레이션지난달 24일 공개된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예고편 영상 속 김민희는 생경한 노래를 부르며 담배를 피운다. “보이시나요 저의 마음이, 왜 이런 마음으로 살게 됐는지”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 가사에서 영화 속 캐릭터의 심정을, 또 영화 바깥의 배우의 심경을 읽어내는 건 도단에 가까운 주제넘은 일일 테지만, 떠들썩한 사건의 장본인이 자기복제에 가까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그 맞은편에 선 감독 역의 인상과 정서, 그리고 외형이 감독 자신의 모습과 대부분 일치한다는 점을 두고 영국 매체 스크린 데일리는 리뷰를 통해 “영화에서 감독(문성근 役)의 모습은 실제 홍상수와 외형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그는 자신 스스로를 패러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인상의 대상과 자기반영적 대상을 연기하는 캐릭터의 갈등은 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를 해명하라고 끈질기게 묻는 대중과 언론의 관심에 대한 점잖은 악다구니가 아닐까. 홍 감독은 집요한 언론의 취재세례와 ‘두 사람의 관계가 사실이냐’는 추궁에도 줄곧 침묵으로 일관해왔지만, 이것이 곧 암묵적 동의일 수는 없다. 스크린 너머 그의 자전적 페르소나는 일찍이 현실에서 두 사람에 대한 의혹과 비난이 난무한 시점에 ‘그들의 사생활’이란 칼럼을 SNS에 공유, 옹호 입장을 견지한 바 있다.
김민희는 한국 배우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연기와 작품 외적인 스캔들로 더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 베를린국제영화제
‘밤의 해변에서 혼자’ 속 대사 중 "아주 단순한 거지만, 깊이 들어가면 아주 복잡한 거야"라는 구절이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 같았다'는 미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의 해석은 일견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뭉클한 수상 소감과 함께 눈부시게 빛나던 베를린의 두 남녀는 고국에선 그 영광을 누릴 길이 없다. 3월 개봉을 앞둔 영화의 정확한 개봉일과 기자회견, 인터뷰 등 공식일정은 현재까지 미정인 상태다.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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