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차 촛불집회]'2월 탄핵·이재용 구속' vs 특검 해체·'I ♥ 박근혜'(종합)

4일 촛불집회와 맞불집회 동시에 열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금보령 기자, 이민우 기자]하루 뒤면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100일이 되는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촛불세력들은 "2월 탄핵"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속을 촉구한 반면 탄핵반대 '태극기파'들은 특검 해체 및 청와대 압수수색 중단을 요구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4일 오후 광화문 일대와 서초동 일대에서 ‘박근혜 2월 탄핵·황교안 사퇴·공범세력 구속·촛불개혁 실현 14차 범국민 행동의 날’을 개최했다. 이날은 지난해 10월29일에 열렸던 1차 촛불집회 이후 딱 99일 되는 날이다. 오후 7시30분 현재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35만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오후 2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는 사전집회로 ‘박근혜 퇴진! 이재용 구속! 집중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정경유착으로 인해 박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온 경제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연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지난달 19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약 16일 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며 "이로도 통하지 않아 사상 초유로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집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퇴진행동은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본집회에서 지난 3일 박영수 특별검찰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사실상 거부한 청와대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퇴진행동은 “형사소송법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라 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가 아닌 한 압수·수색에 대한 승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특검의 압수수색은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범죄의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집행 거부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 또한 “법원이 허가한 영장을 황 권항대행과 청와대가 거부한 건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일이고 법을 우롱하는 거다”라며 “명백한 공무집행방해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압수수색 방해자들을 즉각 체포하라’, ‘또 하나의 공범 황교안도 탄핵하라’, ‘황교안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김영순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무대에 올라 2월 탄핵을 강력히 외쳤다. 김 대표는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오죽 답답하면 3월13일까지로 탄핵 기한 정했겠나”라며 “법적인 절차만 남았을 뿐이다. 헌재는 2월에 탄핵을 결정하라”고 말했다. 오후 6시50분에는 참가자 3명을 무대 위로 불러 촛불집회 100일 기념 케이크 커팅식을 가진 뒤 실시간 검색어 1위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날의 검색어는 ‘2월 탄핵’.‘이재용 구속’이었다.이날 무대에 오른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사람은 지난달 25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특검 사무실로 강제 소환될 당시 “염병하네”를 외쳤던 청소노동자 임모씨였다. 임씨는 “최씨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큰 소리 치며 민주주의를 논하는데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라며 “우리나라가 부유해지는 데 보탬이 되도록 적은 세금이나마 내며 기뻤다. 그런데 이런 세금이 다 어디로 가는가. 정말 억울한 건 국민이다”라고 말했다. 오후 7시30분 본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촛불파도타기를 실시했다. 민주주의의 봄을 기다린다는 의미였다. 이어 이날 집회의 핵심 기조에 맞춰 청운동 방면, 총리 공관 방면, 헌재 방면 등 세 방향으로 행진을 한 후 마무리됐다.

탄기국 2월4일 맞불집회

한편 같은 날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오후 2시40분부터 서울시청 앞 대한문 근처에서 11번째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대한문은 광화문광장에서 약 800m 떨어져 있는 곳이다. 이날 태극집회에서 탄기국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에게 집회 참석을 여러 번 요청했다. 개회사를 맡은 정광택 탄기국 중앙회장은 무대에 올라 “우리 모두 박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집회에 한 번 나와 달라. 전 국민이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영해 탄기국 공동대표도 “이곳이 박 대통령님이 나와 소통하는 장소가 되길 희망한다”며 “이 광장에 나오셔서 제발 우리에게 진실을 알려달라”고 외쳤다. 또한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대통령님 보고 싶습니다. 130만 명이 대통령님이 나오길 기다린다”라고 소리 높였다. 130만 명은 집회측이 추산한 이날 참가 인원이다. 태극기집회 단상에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이 올라갔다. 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누리당 내 태블릿PC 진상위원회 발족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3일에 있었던 박영수 특별검찰팀의 청와대 강제 압수수색 시도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헌법 84조에 보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가 아니면 재직 중 소추될 수 없다”며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청와대로 들어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3일 특검이 수사권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 5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2시간 넘게 이어진 1부 집회를 마치고 오후 4시50분쯤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대한문을 출발해 을지로입구역~한국은행로터리~남대문로터리를 지나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이날 촛불집회 측과 태극기집회 측의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도심에 176중대 1만4000여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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