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포비아를 넘어라]갈팡질팡 트럼프 랠리…그 끝은?

트럼프 당선후 공포가 환희로, 그리고 또다시 찾아온 불안감…글로벌 금융시장 향방 주목

▲달러 지수 추이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책 불확실성을 놓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빠른 속도로 상승했던 달러화의 오름세가 주춤한 가운데 트럼프 당선자가 강달러를 경계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중간 환율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번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블랙스완' 변수로 여겨졌던 트럼프의 당선은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이와 정반대였다. 대선 전 트럼프 지지율이 높아질 때마다 흔들렸던 미국 증시는 트럼프의 승리를 계기로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우려가 환희로 바뀐 것이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9월초부터 두달간 5% 가까이 떨어졌던 S&P500 지수는 대선 이후 두달간 8% 넘게 뛰었다. 유럽 증시 역시 영국을 중심으로 연일 신고점을 경신했다. 뛰는 미 증시는 금융위기 후 전 세계로 풀려나갔던 달러 자금의 미국 복귀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트럼프의 재정확대 정책이 미국 경기회복에 힘을 보탤 것이란 기대감에 따라 대선전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달러 가치에도 '트럼프 변수'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강달러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들은 미국 대선 이후 가격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의 재정확대와 자국 우선주의 정책, 미국의 초저금리 종료, 강달러의 귀환과 같은 변화들은 금융위기 이후 한 방향이었던 글로벌 금융시장의 흐름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달러 자금을 차입해 경기를 지지하던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핫머니 의존도가 큰 국가들은 달러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통화하락, 증시급락과 같은 금융시장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 통화긴축이나 자본통제를 통해 자금 이탈을 단속할 수 있지만 이는 경기침체를 자초할 수 있어 딜레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대선이후 거침없이 달려오던 달러 강세와 미 증시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특히 당선이후 처음으로 지난 11일 가진 트럼프의 첫 기자회견 이후 '트럼프 랠리'가 과도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꾸준히 주장했던 감세와 인프라투자, 재정확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가 너무 강하다. 우리(미국)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과 경쟁이 안된다"라고 발언하면서 달러 오름세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했던 트럼프가 달러 강세와 위안화 약세를 견제하면서 미국과 중국간 무역·안보 경쟁이 환율전쟁으로 옮겨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제 투자자들은 재정확대ㆍ감세→경기회복→물가상승→증시·달러 강세의 연결고리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트럼프 취임식이 다가 올수록 달러 매도세가 확대됐고 국채와 금의 인기는 다시 상승중이다. 런던 소재 중계업체 마렉스 스펙트론의 데이비드 고베트 이사는 "트럼프 정부의 경기전망이 장밋빛으로 가득찰 것으로 생각한 투자자들이라면 이제는 트럼프라는 인물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뜯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금융위기를 잘 극복해온 미국이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고 연방준비제도(Fed)가 돈줄을 죄기 시작한 만큼 전 세계 자금의 미국 복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구체화 과정과 정책들의 효과,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변화 등을 소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냉온탕을 오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거침없이 이어지다 주춤하고 있는 '트럼프 랠리'가 다시 뜀박질을 재개할지, 그렇지 않으면 장기 조정국면으로 접어들지도 지켜봐야 한다.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트럼프식 경기부양이 일시적 호황을 불러올 수는 있으나 1년 내로 추락할 것"이라면서 "포퓰리스트 권위주의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빈약한 성과를 가져온 사실은 역사를 통해 입증됐다"면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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