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코스피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합의라는 호재에도 강보합에 그치며 1980선에 머물렀다.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줄어들던 시기 코스피가 높게 치솟았던 경험 등에 비춰볼 때 증시의 상승 여력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이 최근 5거래일 연속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다음주엔 이탈리아의 개헌 국민투표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등 대형 이벤트도 예정됐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증시 등에 선반영 된 이슈라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만에 첫 감산에 합의했다. 생산량 상한선은 내년 1월부터 일평균 3250만배럴이다. 120만배럴이 축소됐다. 6개월 동안 감산 후 다음 정례회의(2017년 5월)에서 감산 연장 여부를 논의한다. 향후 6개월간은 OPEC 회원국의 원유 공급 증가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과거보다 제한될 수 있다.감산 합의 소식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단숨에 9.3% 상승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유가 변동성 지수는 하루 만에 10.8%p 하락했다. 일간 낙폭으로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과거 유가 변동성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이후 20영업일간 코스피는 평균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2008년 금융위기 시 두 번의 급락 이후 코스피는 8.6%, 6.3% 상승했다. 금융위기 영향을 제외(2008~2009년)하고 5%p 이상 급락한 경우만 놓고봐도 평균 2.0% 강세를 나타냈다.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의 단기 변곡점을 형성했다.유가 변동성 감소는 신흥 통화 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4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유가 하락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 통화 지수의 동반 약세를 초래했다. 동 기간 유가 변동성 지수와 MSCI 신흥 통화 지수 간 상관계수는 0.8에 달할 정도로 밀접하게 움직였다. 유가 하락 충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감산 합의 이후 유가의 추가 하락보다 상승에 무게를 둔다면 가장 먼저 반등할 수 있는 지표도 신흥 통화다.신흥국 중 눈에 띄는 통화는 러시아 루블이다. 유가 변동에 가장 민감한 통화다. MSCI 신흥 통화 지수에서 이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로 적지 않기 때문에 향후 루블화 반등 시 신흥 통화 강세에도 우호적이다. 신흥 통화 강세는 최근 달러 상승세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요소다. 달러 강세 요인(유로화 약세 요인) 중 하나인 이탈리아 국민 투표가 4일 예정돼 있다. 정치적 이벤트가 끝나면 달러 강세 흐름도 마무리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식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유가 반등은 이머징 통화가치 안정과 글로벌 교역 흐름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후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이머징 통화가치가 급락했지만 유가 반등은 이머징 통화의 반등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역으로 달러화 강세 압력을 다소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미국 금리 급등과 달러화 강세로 불안했던 이머징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글로벌 교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본재관련 제품의 수출단가 상승 등이 글로벌 교역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유가 반등 등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리스크를 점차 높일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 물가압력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 흐흠에는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점진적 물가 압력 확대는 글로벌 자금순환측면에서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자금 유입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오는 4일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가 진행된다. 출구조사와 최종 투표 결과는 5일 아시아 증시부터 실시간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국민투표가 이탈리아 정치구조 변화보다는 렌치 총리의 신임투표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블랙아웃 직전 여론조사 결과는 개헌안 반대여론이 찬성측 주장을 5~11% 가량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헌안 통과가 아니라면 극심한 내부 정치적 혼란은 불가피하다. 개헌안 부결이 곧장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로 연결될 가능성은 미미하다. 유럽연합 탈퇴를 위해선 추가적인 헌법 개정이 필요하며, 현재 찬성여론은 15.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치 불확실성 확대는 부실 은행권 자구책 마련 및 자산 건전화 조치를 근본적으로 제약할 소지는 다분하다. 사태가 파국으로 비화될 개연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단, 이탈리아의 혼란이 유럽 전체 정치 불확실성을 자극하는 한편 유로화 약세를 경유해 추가적인 달러 강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국내증시의 명백한 부정요인이다.오는 8일 유럽중앙은행(ECB) 12월 통화정책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의 초점은 내년 3월 종료되는 월간 8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추가 연장 여부다. 유로존 정치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금리의 상승, 유럽의 미약한 경기 및 물가 환경 등을 감안시 이번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ECB 양적완화의 6개월 연장 발표가 유력한 것으로 판단된다. 양적완화 연장과 추가 대응책 제시 가능성은 이탈리아발 정치 쇼크 완화에 일조할 수 있겠으나 이 역시도 유로화 약세와 달러 강세를 지지한다는 점은 다음주 시장의 고민거리다.다음주 코스피는 1950에서 2000을 예상한다. 중립이하 기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단, 이탈리아 쇼크가 파국으로 비화될 개연성은 낮다. 이탈리아 내부의 정치적 부담, ECB의 정책적 방비, 시장에 선반영된 재료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현 주가 레벨에선 주도주 보유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업황과 실적 모멘텀 측면에서 본 현 시장 주도주는 IT(반도체, 디스플레이), 금융(은행, 보험), 씨클리컬(철강, 화학, 조선). 12월 숏커버링 수급선회 가능성 염두에 둘 경우 음식료와 화장품 역시 틈세 장세의 단기 대안으로 기능할 전망이다.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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