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상+최순실 구체화···참모진 동원해 끝없는 갈취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미르·K스포츠재단은 정부수반인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과 짜고 만든 불법 ‘사설금고’로 판명났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최씨,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등 혐의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최씨는 사기미수 혐의 등도 받는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에게 각종 이권과 국가기밀을 안겨준 것으로 보고,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동으로 죄를 범한 ‘공동정범’으로 규정했다. 청와대 참모조직이 실상 ‘40년 인연’의 전횡을 거든 부역자로 판명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단지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형사소추를 면하는 특권 덕분에 당장의 재판만 면한 상태다. 검찰 수사 결과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안 전 수석을 움직여 삼성 등 7개 그룹과 독대 일정을 잡는 등 강제모금 운을 띄운 뒤, 최씨에게 미르재단 운영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 참모들은 두 사람을 오가는 ‘메신저’였다. 최씨가 미르재단 이름과 임원진을 정하면, 박 대통령이 그 실행을 청와대 참모들에게 지시해 재계와 접촉했다. 이미 갔던 길은 쉽다. K스포츠재단도 미르재단과 마찬가지 전철을 밟아 설립됐다. 검찰은 두 재단의 설립상 하자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같은 비영리 재단법인은 설립자가 일정 재산을 출연하고 설립목적 등을 기재한 정관을 작성·기명날인한 뒤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설립이 허가된다.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실질적인 설립·운영 의사나 사업능력을 서면 등을 통해 확인하고 설립허가를 내줘야 한다. 그러나 두 재단은 최씨가 낙점한 인사들이 포진하고, 돈을 댄 국내 53개 대기업은 단지 안 전 수석 등이 요구하는 대로 주머니를 열었을 뿐 창립총회 회의록 같은 형식적 요건마저 모두 허위인 불법 재단이었다. 검찰은 각종 인허·가 등 행정처분이나 세무조사를 비롯한 사정(司正)권 발동 등에 광범위한 권한을 지닌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 박근혜 대통령의 지위,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뒤따를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등이 기업들로 하여금 출연의무를 강제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명목상 재단 출연금으로 흘러든 자금을 노린 ‘진범’이 누구인지 보강수사를 통해 밝혀낼 방침이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 권력과 재계의 뒷거래가 드러나야 대가성을 문제삼아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최씨가 재단 및 본인과 측근 업체를 통해 이권을 노리거나, 국정기밀을 받아 볼 때마다 박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이를 거들도록 지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수석 등은 최씨 측이 흡족해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협박도 서슴지 않았고, 대통령 지시로 관·재계 인사들과 최씨 측근 사이에 다리를 놓기도 했다. 의혹이 본격화되자 휴대전화 폐기·교체 및 각종 기록 삭제, 허위진술 요구 등 청와대 내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도 포착됐다. 일단 검찰은 두 재단이 ‘사금고’가 될 준비를 마친 정황까지는 확인했다. 미르재단 같은 공익법인은 목적사업을 위한 종잣돈이 그 뼈대여서 기부 등 무상으로 얻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정부 승인·허가 없이는 처분이나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기본재산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재계로부터 486억원을 출연받은 미르재단의 경우 당초 90%가 기본재산으로 묶여있었으나, 실제 출연자인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후 최씨 지시대로 80%는 입맛대로 쓸 수 있는 운영재산으로 불법 변경됐다. 최씨가 개인회사 더블루K를 통해 재단 자금을 빼내려다 수포로 돌아간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이들 재단이 박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기반 성격을 갖는지 추궁했으나, 최씨는 조사 과정에서 입을 닫았고, 박 대통령 역시 검찰 소환에 불응해왔다. 이에 검찰은 삼성그룹 등 최씨 등에 대한 지원 내역이 과도하거나, 롯데그룹 등 자금거래 과정에서 검찰 수사정보가 새나간 정황이 불거지는 등 특히 의심스러운 거래들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재계의 부정한 청탁 등을 입증할 단서 확보는 부족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최순실씨가 재단 및 본인·측근이 운영한 개인회사들을 통해 기업·정부부처와 거래한 내역, 자금흐름 등을 토대로 조만간 청와대 김기춘 전 비서실상,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도 본격적인 수사선상에 올릴 방침이다. 헌법상 형사소추가 면제되는 대통령에 대해 체포·강제구인 등 신체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가능한 지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대통령 관저나 휴대전화 등 청와대 추가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도 검토에 들어갔다. 기업별로 제각각 현안을 끌어안고 있던 재계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대상이 박 대통령으로 판명나면 대통령 본인은 물론 그 창구로 기능한 최씨 등이 ‘뇌물죄’로 처벌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신군부 수괴 뇌물 사건에서 정책 결정·집행이나 제도 운용에 있어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취지로 자금을 내놓아도 대가성이 인정되는 뇌물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고,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으며, 대통령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도 유무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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