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공동 '반대 의견' 제출하려다 막혀…시중銀 '당국이 개별면담 통해 힘으로 누르려는 것'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초 신(新)위탁보증제도가 우선 시행될 6개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8일부터 개별 면담을 실시한다. 최근 공동으로 신위탁보증제도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전달하려다 막힌 은행권은 당국이 개별 압박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산업금융과는 '신보증체계 태스크포스(TF)'에 소속된 IBK기업ㆍ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 등 6개 대형은행 관련 담당자를 이틀 간 차례로 불러 이 제도에 대한 의견취합 등 면담을 진행할 방침이다. 금융위가 이처럼 개별 면담에 나서게 된 배경은 이달 초 은행연합회가 16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신위탁보증제도 도입과 관련한 의견 수렴에 나선 데 대해 사실상 이를 중단시키고 직접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당시 은행연합회가 시중은행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등 공동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금융위는 발칵 뒤집혔다. 이어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TF에서 은행들의 건의사항을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공유하고 오해가 해소됐다"고 발표했다.그러나 이는 실상과 다르다는 것이 은행들의 주장이다. 은행권은 신위탁보증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법리적 다툼 여지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신위탁보증제도는 기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하던 중소기업에 대한 공적 신용보증업무 일부를 향후 은행에 위탁하는 것으로, 금융위가 지난해 11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10년 이상 장기보증을 이용한 중소기업에 대해 은행이 직접 보증심사를 하도록 해 관행적 보증지원을 줄이고 일부 '좀비 기업'을 퇴출시키고, 한정된 보증 재원을 신규 기업에 투입해 성장을 촉진한다는 취지다.은행권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먼저 이 제도가 '정책목적에 부응할수록 은행에 불이익이 초래되는 모순'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당초 보증손실에 따른 신ㆍ기보의 대위변제율이 4%에 불과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금융위는 '손실이 대위변제율 한도(4%)를 넘을 경우 기업대출 금리 인상을 통해 은행에 실질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경우 사실상 보증 손실에 따른 책임이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게다가 적극적으로 한계기업 정리에 나선 은행은 손실률이 높아 대출금리가 상승하게 되고, 소극적으로 대응한 은행은 기존의 낮은 대출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역설도 발생하게 된다.아울러 은행권은 대출 집행의 주체인 은행이 보증 심사까지 겸하게 될 경우 채권ㆍ채무자가 동일인이 돼 민법(제507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위는 해당 민법 조항이 '강행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의 의견은 다르다는 것이 은행권 설명이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문제점에 대해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는데 금융위는 무조건 '해결됐다'고 발표해 놓고 뒤늦게 면담하자는 것"이라며 "은행들 공동 의견은 취합조차 못하게 막고 이제와 개별 면담을 하겠다는 것은 업계의 반발을 힘으로 누르겠다는 태도"라고 말했다.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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