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금융부 차장
"그때는 유가고, 지금은 전기료 때문이다. 그럼 다음은? "지난 3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를 밑돈 요인이 전기요금 누진제의 한시적 완화 때문이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물가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이 공식으로 발표한 만큼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지난 7~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올랐다. 이는 올 1~6월 상반기 상승률 0.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2018년까지 3년 동안 달성해야 할 중기안정물가 목표 2%를 한참 밑돈다. 지난 3분기 중 누진제 조정으로 전기·수도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누진제 조정 효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2%포인트 정도 하락시켰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통계학적으로 뽑은 결과니 일정 부분 수긍이 된다. 그런데 허전함이 든다. 왜일까.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13일 사전자료 배포 후 열린 이주열 총재의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설명회서 바로 풀렸다. 전기요금 인하 때문이란 사전에 배포된 자료 외 특별히 더 추가된 내용이 없다 보니 건질 게 없었다. 이 총재는 첫 물가설명회 때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는 돌발변수인 전기료 인하에 따른 저물가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 힘썼을 뿐이었다. 3개월 전엔 어쩔 수 없는 변수가 국제유가였다. 3개월이란 시간만 흘렀을 뿐 물가인식은 똑같았고, 이렇다 할 대안도 없었다. 올 하반기부터 물가가 점차 오를 것으로 본 3개월 전 예측이 틀린 것에 대한 유감표명도 없었다. 첫 물가설명회가 열린 지난 7월 이 총재는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 등 그동안 소비자물가를 크게 떨어뜨린 공급자 측 요인들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면서 물가 상승세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말께 1%대 중반대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놨다. 결론을 말하면 이 예측은 틀렸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책임을 돌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전기료 한시 인하, 도시가스 요금 변화 등 정책적 요인으로 인해 물가 변동이 큰 데 사전에 예상하긴 쉽지 않다. 이해해 달라"고 했다. 예상할 수 없는 정치적 이벤트 탓으로 돌린 셈이다.이 총재 말대로 한은이 중기 안정물가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국제유가와 전기료 같은 공급 요인에 있다. 그렇다고 한은이 공급 요인만 바라보며 물가가 목표치에 도달하길 바랄 수만 없지 않은가. 이는 한은의 설립목적인 '물가안정'에도 맞지 않다. 수요 요인이 잘못 됐는지, 물가 예측 자체가 틀렸는지 등을 따져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더 나가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관련 부처와 적극 소통하며 이를 바꿀 필요도 있다.다행히(?) 그동안 소비자물가를 크게 떨어뜨린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전기료 인하 이벤트도 10월부턴 사라졌다. 더는 돌발변수가 없다면, 물가는 한은의 예측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올 4분기 이상 한파로 전기 소비가 많아 요금이 올라가고 정치권이 전기요금 인하에 나서 요금이 떨어진다면? 물가목표 역시 또 빗나가게 된다. 그때도 공급요인에 돌발변수가 생겼다는 해명으로 갈음할 건가. "이번이 마지막 물가 설명회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이 총재의 말처럼 알맹이가 없는 설명회는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이은정 금융부 차장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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