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최근 연일 '중도·실용·안정'에 방점을 찍고 광폭행보를 벌이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이같은 달라진 행보가 지지층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문 전 대표는 1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삼성·SK·LG·현대 등 국내 4대 대기업 경제연구소장과 간담회를 열고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여전히 재벌 대기업이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해외에 나간 기업과 공장들이 국내로 돌아오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문 전 대표의 이날 면담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문제와 관련해 야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더민주가 재벌개혁·경제민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인 모습이다.문 전 대표는 이같은 행보를 '실용'으로 규정했다. 그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경제를 걱정하면서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며 "외연확장 등으로 말할 문제는 아니고, 우리 경제를 살리는 것은 실용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외에도 중도·실용·안정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6일 창립된 '정책공간 국민성장'에는 종전 문 전 대표와 입장을 달리했던 양봉민 서울대 교수 등 중도·보수성향 학자들도 대거 포진했다.안보문제에 있어서도 진보성 보다는 안정성에 무게를 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9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에 대해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면서도 "이제 와서 정부가 동맹국인 미국과의 합의를 번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드배치가 다소 늦춰진다고 해서 대세에 큰 지장이 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드 배치를 위한 제반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북핵을 완전 폐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전략성 모호성'과 맥이 닿아있는 모습이다.이같은 중도·실용·안정은 야권의 여러 대선승리 방정식 중 하나다. 앞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전략으로 4수(修) 도전에 성공했다. 다만 문 전 대표의 행보를 둔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박영선 더민주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참여정부의 재벌개혁 실패를 거론하면서 "문 전 대표의 경제개혁은 시작도 전에 끝을 보인 것이 아닐까"라며 "스스로 경제철학의 부재를 고백하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손혜원 의원은 SNS에서 "잘 하고 계신다"며 "재벌이 제 역할만 잘 한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라고 밝혔다.
정치경제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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