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노량진 공시생들 '곡성요? 여기는 늘 곡성(哭聲)'

전남 곡성 공무원·공시생 참사 후 돌아보니...'극심한 스트레스, 극단적 선택한 마음 이해해'...갈수록 높아지는 경쟁률에 경제적 어려움 겹쳐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 시험 학원가

[아시아경제 문제원 수습기자] "이 동네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 중에는 아픈 사람이 많다. 오래 공부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니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안 되겠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다."동작구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 근처에서 만난 공시생 이모(여·30)씨의 말이다. 지난달 31일 공시생 유모(25)씨가 "시험 준비가 괴롭다"며 아파트에서 투신해 마침 그 밑을 지나가던 곡성군 7급 공무원 양모(38)씨를 덮쳐 함께 사망한 사건에 대한 소감이었다. 그는 "처음 시험을 준비 할 때 심한 스트레스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겨 두 달 동안 공부를 못했다"며 "이 사건에 공감이 돼 더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이날 노량진에서 만난 공시생들은 극심한 취업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3월 공시생 송모(26)씨가 정부청사에 침입해 시험 성적을 조작한 사건과 최근 발생한 ‘곡성 공무원-공시생 추락 사망 사건’ 등을 지켜보면서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해가 지날수록 삼수, 사수생 등 누적 수험생이 늘어나는 데다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경쟁률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9급 세무직을 준비하는 30대 공시생은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캐나다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취업이 어려워 공시 준비를 시작했다”며 “늦게 시작한 만큼 주위 사람들은 모두 일을 하고 있는데 나만 공부를 하고 있어 심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25일 치러지는 서울시 9급 공채시험에는 13만2843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83.8대1을 기록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총 22만2650명으로 지난해 1월에 비해 3만2000여명이 증가했다.특히 나이 제한이 없는 공무원 특성 상 기존에는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이상 준비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공무원 학원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20대 초반 수강생들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바늘구멍 같은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대부분의 공시생들이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하루 10시간 이상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공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황금연휴가 계속되고 있는 이날도 노량진 학원가는 책이 가득 담긴 두꺼운 가방을 둘러메고 발걸음을 서두르는 공시생들로 가득했다. 경찰 공채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26)씨는 “평균 공부시간은 10~11시간 정도인데 수업이 없는 주말에도 똑같이 자습을 하고, 쉬는 날은 한 달에 하루 정도"라며 "나도 1년 째 공부중이지만 주변에는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아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 지난해 9월 충북에서 올라와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우진(25)씨는 고시원 월세 38만원을 포함해 독서실, 용돈 등으로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을 쓰고 있다. 그는 부모님에게 죄송해 내년 시험까지만 보고 안 되면 포기할 생각이다. 김씨는 "외롭진 않지만 금전적인 부담이 가장 심하다"며 "노량진 근처 원룸 월세는 강남 수준이라 지금 사는 곳도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지만 매우 비싼 편인 데, 정작 주인들은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고 한탄했다.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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