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나는 당신의 창조물을 철저하게 부숴버리고 말거야, 맹세코'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궁정 악장 살리에르는 십자가를 불 속에 던지며 신을 저주한다. 살리에리의 분노는 신이 모차르트에게만 천재적 재능을 부여한 데 대한 질투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신은 모차르트에게 재능을 선사했지만 긴 수명을 함께 주지는 않았다. 불과 35세의 나이에 모차르트는 요절한다. 대신 살리에리는 75세까지 장수했으니 그의 저주와 달리 나름 신은 공평한 대우를 한 셈이 아닌가.영화 속에서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게 장례식 미사에 사용하는 장송곡 '레퀴엠' 을 작곡해 달라고 요청한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죽인 후 그의 장례식에서 레퀴엠을 마치 자신의 곡인 양 연주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신의 음성을 전달했던 모차르트의 장례식에서 레퀴엠을 연주함으로써 신을 조소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모차르트의 부인이 나타나면서 살리에리는 레퀴엠을 손에 넣지 못하고 끝난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픽션이지만 범인(凡人) 살리에리의 절규는 역시 그와 다르지 않은 범인인 우리의 공감을 사기에 부족하지 않다. 왜 갑자기 모차르트냐고? 최근 팀 쿡의 애플을 보면서 묘하게 아마데우스 속의 살리에리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올해 1분기 매출 505억6000만달러(한화 약 60조원), 순익 105억2000만달러(약 13조원)로 지난해에 비해 매출과 순익이 각각 12.8%와 22.5% 감소했다. 애플의 실적이 감소한 것은 2003년 이후 13년 만이고, 아이폰 역시 2007년 출시된 후 처음으로 판매량이 줄었다.애플의 실적 발표 당일에는 주가도 폭락해서 하루에만 40조원의 기업가치가 증발했다. 애플 주가는 8연속일 하락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다급해진 팀 쿡은 CNBC 짐 크레이머 쇼에 출연해 실적 하락에 대해 해명하기까지 했다. 애플의 추락에 대한 예감은 대학생의 답변에서도 감지된다. 올 초에 대학에 갓 들어온 새내기 16학번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애플 제품 중 사고 싶은 거 있나요' '글쎄요...''앞으로 출시 예정인 아이폰7은 어떤가요' '글쎄요...'애플에 대해 뭘 물어도 대답은 '글쎄요'였다. 잠재적 '애플빠'인 20대 초반 대학생이 관심이 없다면 그건 애플의 열기가 이미 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애플의 추락은 스티브 잡스의 죽음으로 예견된 것이었다. 애플은 잡스 사후 그의 유산을 갉아 먹으면서 지탱해 왔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잡스의 작품이고 출시 예정인 애플TV 역시 잡스가 남긴 유산이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잡스 시절의 기준을 들이대서 쿡을 평가하니 그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일 것이다. 낸시 탱글러 하트랜드파이낸셜 CIO는 CNBC 뉴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현재 애플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혁신도 없고, 팀 쿡 CEO에게서 스티브 잡스의 면모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실적 발표 후 주가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하지만 투자자들 역시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팀 쿡에게서 스티브 잡스를 기대하는 것은 살리에리에게서 모차르트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잡스는 잡스이고 팀 쿡은 팀 쿡이다. 사실 잡스가 제품 아키텍처 혁신의 귀재였다면 팀 쿡은 점진적 혁신의 귀재일 수 있고 귀재여야 한다. 지금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 대부분의 제품은 성숙시장에서 고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매된 아이폰SE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런 고민의 반영이다. 영화에서 악당이 된 살리에리를 위해 한 마디 덧붙이자. 그는 후세에 잊혀졌지만 나름 뛰어난 음악가였다. 24세 때 오스트리아 궁정 오페라 감독으로 임명됐으며, 38세 때는 황실의 예배와 음악교육을 책임지는 '카펠마이스터'가 됐다. 음악가로서는 오스트리아 제국 최고의 직위였다. 또 베토벤과 슈베르트, 프란츠 리스트를 가르쳤다. 이 정도면 대단하지 않는가. 이제 팀 쿡도 잡스와의 비교는 그만두고 그가 살리에리 급의 업적을 남길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은 어떤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