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조선과 해운,철강업계가 정부당국의 구조조정과 관련된 입장변화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50일 전만해도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총선이 지나자마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 고위 관료들이 특정기업까지 거명하면서 구조조정을 더는 미뤄서는 안된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위·금융당국 3월 9일 "조선 해운 잘 진행중"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9일 기업구조조정 진행 상황 및 향후계획이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현안과 관련된 질의응답자료를 통해 "조선사 구조조정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대우조선과 관련해서는"2015년도 영업손실이 사상최대인 5.5조원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작년 실사결과에서 이미 예상되었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현재 실사결과에 따라 신규자금 지원, 자본확충, 인력 구조조정 등의 정상화방안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과 성동조선, SPP조선 등도 구조조정이 차질없이 진행중이라고 전했다.당국은 특히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업종의 특성상 정상화방안이 마련됐다 하더라도 자산매각, 생산성 향상, 인적 쇄신 등의 실행은 물론 영업실적에 반영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고 산업동향 등 외부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욱 짧은 시간 내에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가시적 성과가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조선업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착실히 진행중인 점을 이해해달라고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과 진웅섭 금감원장
-당국 "부실채권 증가는 구조조정 잘 진행된다는 시그널"기업 구조조정이 부진해서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은행 부실채권 비율이 상승한 것은 기업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시그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당국은 해운업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지 않느냐는 자문을 한 뒤에 "양대 국적선사는 주채권은행과의 긴밀한 협조하에 각사의 상황에 맞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변했다.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2월 2일 자산매각 및 채무조정안을 포함한 전방위적 경영정상화방안을 발표하고, 용선료 협상 등 후속조치를 이행중이다. 비협약 채권자에 대한 채무재조정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채권단은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한진해운에 대해서도 회계법인(삼일)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중이며, 확정되는대로 채권금융기관 협의하에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당국은 설명했다.당국은 구조조정이 총선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 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해당기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채권은행의 주도로 매년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실시중"이라고 답변하면서 "올해는 세계경제 침체 등의 상황을 감안해 신용위험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등 예년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 예정"이라고 말했다.-50일 뒤 경제부총리·금감원장 "속도전" 언급 50여일 후 총선이 끝난 뒤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장은 돌변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현대상선이라는 특정기업을 언급하면서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행동)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공개 경고한 것이다.이에 맞춰 진웅섭 금감원장은 전날 9개 은행 행장들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대주주의 소극적인 자세와 노조의 집단행동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적기를 놓칠 수 있다"며 "채권은행들이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원칙에 의거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가 자신의 그룹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 계열사만 무책임하게 버리는 '꼬리자르기' 행태가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 G6의 서비스 항로를 항해 중에 있다.
-해수부장관은 "입장변화없다"vs 업계는 당혹 해운업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운사 구조조정에 관한) 저와 정부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당장 현대상선 등에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외국 선주들도 (현대상선이) 완전히 무너지면 손해만 본다"며 "협상이 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이어 김 장관은 "해운사들이 내놓은 모든 자구책이 이행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행되길) 희망한다"면서 "이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 두 목소리가 있을 수 없다"고강조했다. 구조조정의 타깃이 된 해당기업과 관련업계는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경영정상화를 모색한 상황에서 혼란에 빠졌다. 특히 정부당국이 말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방향이나 방법론이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속도전만 강조하고 있어 난감해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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