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주총괄DS 신사옥
[새너제이(미국)=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보면, 하버드대학교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가 회사를 실리콘밸리 팰러앨토로 옮기는 장면이 나온다.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페이스북은 돈과 인재를 순식간에 끌어들이며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로 성장한다. 미국 IT 산업의 심장부 '실리콘 밸리'를 찾아갔다. 시스코, 오라클, 페이스북, 애플 등 세계 IT산업을 이끄는 업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도 이곳에 거점을 마련하고 실시간으로 트렌드를 읽기 위해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시간 반 남짓,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면 북부 새너제이에서 눈에 띄는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류션) 부문 미주총괄 신사옥이다.
삼성전자 미주총괄 DS 신사옥
사각 레이어 케이크(여러 층으로 만든 케이크) 모양인 삼성의 새 캠퍼스는 약 3만3000평 규모로, 10층 건물 2개동을 연결한 형태다. 외부는 현대식 유리와 흰색 금속 소재로 장식되며, 주차건물은 접이식 녹색벽으로 둘러싸였다. 이 건물은 지난해 9월 준공된 곳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분야의 연구개발, 마케팅, 고객지원 역량이 한 곳에 집중됐다. DS부문 산하로 설립된 SSIC(삼성전략혁신센터) 역시 이 건물에 위치한다. SSIC는 삼성의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 등장하는 신기술과 혁신의 가능성을 발굴,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추구한다. 10층짜리 건물은 실리콘밸리에선 보기 드문 형태로, 이 곳에서 가장 높다. 9층에 올라 밖을 내다보니 샌프란시스코 풋볼팀 '49ers'의 경기장인 리바이스 스타디움이 내려다보인다. 왜 하필 실리콘밸리의 형식을 따르지 않고 '튀는' 행동을 했을까. 숀 리 삼성전자 DSA CFO는 "산호세 시가 이 지역을 장기적으로 뉴욕의 맨해튼같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 있어 이 동네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만들게 됐다"며 "아래 부분은 대중에게 오픈하고, 가운데에는 중정(코트야드)을 둬 전체를 360도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미주총괄 DS 신사옥 내부
내부로 들어서 봤다. 연한 회색의 노출 콘크리트와 나무, 카페트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군데군데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파와 의자가 있고, 5층, 8층은 아예 층 전체를 외부정원으로 만들어 자연과 사무실이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회의실도 눈에 띈다. 층마다 8~10개의 회의실이 있는데, 여기서 직원들은 언제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자세히 보니 회의실 이름이 특이하다. 아이작 뉴턴, U2, ACDC, EAGLES…….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공모를 받아 회의실 이름을 정했다"며 "10층은 과학자, 1,2층은 현지 포도품종과 유명한 밴드, 8층은 근처 유명한 관광지 등이 회의실 이름"이라고 밝혔다.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사무실을 방문해 봤다. 벽에는 처음 이 건물의 공사를 시작했던 삽의 본을 뜬 것과 당시 사진이 붙어있다. 그런데 오전 10시30분인데도 사무실이 한산하다. 군데군데 회의만 진행중일 뿐,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는 "아무래도 개발자들이 많아 대부분 야행성"이라며 "오전엔 개인 시간을 가지고, 탄력근무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리고 건물을 돌아 내려가 피트니스 센터를 방문하니, 퍼스널트레이닝을 받으며 운동하는 직원이 눈에 띈다. 탁구와 포켓볼, 박스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임직원들이 기부한 책으로 구성된 도서관, 낮잠을 잘 수 있는 냅파드(Nap Pod) 등도 임직원들이 매우 좋아하는 공간이다. SDA 근처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SRA(Samsung Research America), 2012년 하반기 설립돼, 혁신기업의 인수합병, 전략적 투자, 신생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인큐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GIC(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 등도 함께 위치해 있다. 부품과 완제품, 현지 다양한 연구소를 한 곳에 집결해 차세대 미래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조직들은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업계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며, 삼성이 어떤 사업에 집중하고 키워낼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리콘밸리의 혁신 조직을 통해 다양한 기업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속하고,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다양한 연구개발센터에서도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기술 개발에 매진해,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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