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다] 방학 맞은 아이들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엄마들의 자세

일을 같이 하던 지인이 얼마 전 아이를 출산했다.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부탁할 일이 있어 연락을 하게 됐다. 그런데 급한 성격 탓에 평소 같으면 바로 처리해 주었을 일을 하루가 지나 밤늦게 회신이 왔다. 메일 말미에 덧붙인 짧은 한마디는 이렇다. ‘하루 종일 고객님이 잠도 안자고 칭얼대서 이제야 해결해드려 죄송해요’ 그렇다! 새내기 엄마에게 아기는 가장 어렵고 힘든 고객님이시다.

코코넛쿠키. 고객님들께 수제쿠키를 구워드리려면 이번엔 제과학원에 등록해야하나? 바쁘다 바빠!

1월은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방학이고 엄마들에게는 방과 후까지 시간표가 빡빡한 새학기의 시작과 다름이 없다. 요즘은 방학이라고 해도 초등학생 때부터 하루 종일 학원을 다닌다.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 영어학원에 갔다가 끝나면 잠시 집에 들러 점심을 먹고 수학학원에 간다. 그리고 간식을 먹으러 잠시 들렀다 필수 코스라는 피아노, 태권도, 수영 학원을 순례해야 한다. 여기에 요즘 불고 있는 셰프 열풍으로 요리학원이나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요리까지 받는 아이도 많다고 들었다. 집은 잠시 들러서 식사와 간식을 해결하는 카페테리아이다. 이렇다 보니 엄마들은 방학 내내 어려운 고객들을 서비스하느라 하루 종일 바쁘다 바빠!

달걀샌드위치. 매번 식빵에 잼만 발라주지 말고 집에 있는 재료로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자.<br />

학교를 다닐 때에는 학교에서 점심 급식을 먹고 오니 학원 가기 전에 간식이 조금 소홀해도 마음의 부담이 적고 가끔은 용돈을 쥐여주며 친구들과 간식을 사서 먹게 해도 나쁜 엄마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방학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우리 고객님들은 엄마에게는 가족 구성원들 중에서도 ‘VVIP’로 먹거리에 소홀하다면 엄마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점심은 당연히 학교 급식보다는 나은 밥상을 차려야 하고 간식도 매일매일 달리해 주어야 하며 저녁은 어떤 특별식으로 준비해야 할까? 아이들 밥상은 분명 고민거리이지만 엄마들이 우리 아이를 지키는 첫 번째 방법이기도 하다.

간단한 김밥 재료를 준비하여 아이가 스스로 놀이를 하듯 만들어 먹게 하면 아이에게 직접 만들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매일 비싼 유기농 식재료에 투플러스 한우가 아니어도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골고루 갖춘 재료들이라면 어느 것이나 좋다. 일주일 단위로 엄마표 식단을 준비하자. 식단이 준비되면 시장 보기도 수월하고 메뉴들도 다양해질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따로 요리하기보다는 준비한 요리를 조금 색다르게 담아주면 아이들은 새로운 요리라고 생각한다. 도시락에 담거나 접시 하나에 반찬과 밥을 담아 주면 새로운 식단처럼 느낀다. 간식은 엄마가 모두 만들려고 하지 말고 때때로 마트에서 구입한 HMR제품(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식품)을 활용하되, 신선한 채소를 곁들여 건강한 엄마표 간식을 만들어 주는 방법도 있다. 또 아이가 스스로 놀이를 하듯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샌드위치나 김밥 등은 간단히 재료를 준비한다. 때로는 힘든 엄마를 위하여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뿌듯함과 배려심도 키울 수 있는 묘책이다. 이렇게 하면 우리들의 고객님은 엄마로부터 일방적인 서비스만 받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상대를 배려할 줄도 아는 마음이 예쁜 아이가 될 것이다.글=요리연구가 이미경(//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