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국정교과서 '시끌'…백년대계 교육정책 맞나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인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과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백년대계' 교육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진보-보수, 여(與)-야(野), 중앙-지방이 대치하고 있다. 수년째 이어지는 누리과정 예산 논쟁과 정권마다 바뀌는 역사교육 등은 교육 현장을 혼란 속에 밀어넣고 있다. 이처럼 교육 정책에서 발생하는 잡음에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생, 학부모의 몫이 되고 있다.◆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에 '보육대란' 우려=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보육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논란은 이미 수년전부터 시작됐다.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정치권에서 등장한 누리과정 정책은 교육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시행됐다. 이로 인해 2013년 예산안 편성 당시부터 누리과정 예산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당시 서울시교육청 등은 누리과정 일부 예산에 대해 중앙정부가 책임져야한다며 예산안 의결을 잠정 보류하고 나섰다. 2013년은 누리과정 보육료 대상을 5세에서 3~5세로 확대한 첫 해였다. 이후 누리과정 예산 논란은 매해 계속됐다. 예산안을 구성하는 시기마다 중앙과 지방은 서로 떠넘기기를 해왔고 보육대란의 우려도 확대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했다. 누리과정에 들어가는 예산의 법적 책임을 교육청에 부과한 것이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의 반발은 크다. 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률적으로 교육감 책임이 아닐 뿐 아니라 재정 여건상 편성하기 어렵다"며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중앙정부가 책임져야할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한 상태다.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형태로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보내고 있다"며 "누리과정예산은 교육감들의 법적 의무"라고 맞서고 있다.이같은 중앙-지방의 예산 갈등에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당장 보육료 지원이 끊길듯한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야 할 지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3~5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유치원 경쟁이 예전에 비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정권마다 바뀌는 역사교육…국정교과서 시작부터 '삐걱'=정권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는 교육 정책의 대표 사례는 '역사교육'이다. 교과서 발행 방식부터 교과서 내용, 집필진 등 역사 교육과 관련된 모든 요소가 이념의 틀에 놓여 평가되고 있다. 정치 이념이 역사적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학문의 특성상 역사 교육은 정치권의 싸움으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실질적으로 교육현장에서 역사 교육이 이뤄지는 방법 등에 대한 고민보다는 특정 역사에 대해 정치권에서 각자 원하는 방향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정쟁을 벌였다.이번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도 정치 이념 논쟁의 소용돌이에 휩쌓였다. 2013년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사태부터 시작된 교과서 논쟁은 교육계 뿐 아니라 정치계와 학계를 비롯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국회는 모든 업무가 마비된 채 교과서 정국에 빠진 상태다. 학계와 교육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나왔고 올해 중순부터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3일 결국 한국사교과서 발생체제를 국정으로 확정 고시했다. 국정화 반대여론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확정고시 이후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정화 반대 여론이 53%, 찬성이 36%로 오히려 반대가 더 늘어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또 학계와 교육계에서 집필거부를 선언하고 대안 교과서를 발행할 준비를 하는 등 국정화 반대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국정교과서 드라이브에도 제작 첫 단계부터 제동이 걸렸다.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성희롱·성추행 의혹으로 대표집필진에서 자진사퇴하면서 교과서 제작 첫단계인 집필진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이 합의가 쉬운 분야는 아니지만 (누리과정이나 국정화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됐다"며 "이렇게 한쪽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정책은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교육정책 혼란 속에서 피해를 입는 건 결국 학생들"이라고 덧붙였다.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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