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소통 점점 멀어지는 천문연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지난 7월14일. 전 세계 천문학자 등 우주관련 과학자들은 흥분했다. 인류 최초로 '저승 신'으로 부르는 명왕성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뉴호라이즌스 호가 명왕성에 아주 가깝게 접근했다. 뉴호라이즌스 호는 명왕성에 1만2472km까지 다가섰다. 베일에 싸였던 명왕성의 비밀이 하나하나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명왕성에는 '하트모양'에는 '톰보(최초 명왕성 발견자) 지역', 얼음산은 '노르게이(최초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 산', 얼음평원은 '스푸트니크(최초의 구소련 인공위성) 평원' 등 '최초의' 이름이 차례로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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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의 지표면은 질소와 메탄 등의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물의 흔적도 발견됐다. 인류 우주탐험 역사에서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조용했다. 국내 언론사 대부분이 나사와 외신에서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작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은 참고 보도자료 조차 내놓지 않았다. 그야말로 천문연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인 듯 '조용히 하늘만 올려보면 그뿐'이라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우주 역사에 혁명이라고 부를 정도의 대사건에도 요지부동이었고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천문연의 존재이유는 간단하다. 천문연의 정관에는 정부출연연구소로서 여덟 가지의 주요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천문연 정관 제4조에 '다음 각 호의 사업을 행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각 호의 사업으로 '천문학과 우주과학에 대한 연구와 사업' '대형관측시설의 운영과 기기개발' '우주환경감시기술개발사업 수행' 등이 포함돼 있다. 이어 4조 제5항에는 '대국민 천문지식과 정보 보급사업'을 언급하고 있다. 천문연의 최근 행태를 보면 '대국민 전문지식과 정보 보급사업'은 실종되다 시피 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존립 이유 중 가장 기본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업에 있다. 그것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이익이 되고 국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것이 존립 이유이다. 출연연의 '대국민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동안에도 국민과 멀었던 천문연이 최근 국민들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만 주목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 볼 때이다. 틀에 박힌 매너리즘은 한 개인은 물론 조직에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 참신함과 독창성이 무너지면서 혁신시스템이 기운다. 지난해 5월 취임한 한인우 천문연 원장의 리더십도 1년이 지났다. 내부적으로 원장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몰두하고 전념하는 만큼 국민에 몰두하고 국민에 전념하는 소통도 중요하다. 천문연은 현재 심각한 내부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는 물론 외부적으로도 평가받아볼 때이다. '그들만의 하늘'에 머물러 있는 천문연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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