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차남, 용서할 수 없다' vs 신동빈측 '자극적 폭로, 강력대응'(종합2보)

휠체어에 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8일 저녁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영상 공개 "신동빈 회장 韓 롯데 회장, 日 롯데홀딩스 대표에 임명한 적 없어" …용서할 수 없다 천명신 전 부회장에 유리한 내용…내일 귀국하는 신동빈 회장, 신 총괄회장과 어떻게 담판 지을지 귀추 주목롯데그룹 "법적 효력없고 그룹 안정 해치는 동영상 유포 이해할 수 없어"[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김소연 기자]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입장이 밝힌 영상이 2일 전격 공개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뿐만 아니라 롯데 회장으로 임명한 적이 없다는 내용이다. 그 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개한 육성 녹음과 지시서만 있었을 뿐 신 총괄회장의 공식 입장은 없어 정확한 의중을 알 수 없다는 관측이 있었다. 경영권 분쟁 최대 분수령이 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의 이같은 공식 입장은 신 회장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3일 신 회장이 귀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극적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있었지만 신 총괄회장의 용서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신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그룹 안정을 해치는 전례없는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내놨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장남 신 전 부회장 측을 통해 자신의 입장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롯데호텔 34층 자신의 집무실에서 녹화한 영상을 통해 "롯데그룹과 관련해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고 SBS가 보도했다. 신 총괄회장은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 롯데 회장과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신동빈 회장에게는 어떠한 권한이나 명분도 없다"며 "70년간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자신을 배제하려는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이어 신 회장의 눈과 귀를 차단한 참모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 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전례없는 동영상을 만들어 왜곡되고 법적효력도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그룹 안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29일 김포공항을 통해 전격 입국하고 있다.

부자 간 다툼 내용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주장으로 인해 국민은 물론 주주, 협력업체 임직원까지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며 "자극적인 폭로로 그룹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경한 어투로 대응을 시사했다. 내일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신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귀국 즉시 경영인으로서 행보를 강화해 정부, 금융권 관계자와 협력업체 대표를 만나 협조를 당부할 것"이라며 "또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찾아 인사와 함께 출장을 다녀온 것에 대한 여러 설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신 총괄회장의 영상 공개를 놓고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한 신 회장에 대항하기 위해선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확실하게 보여줌으로써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신 전 부회장의 전략이 먹힐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아직 일본 내에서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번 영상 공개가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신 회장에게는 유리한 방향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은 3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준비작업을 끝내고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귀국한 직후 신 총괄회장과의 담판 내용에 따라 향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시각이 있었다. 반면 같은 날 신 전 부회장은 일본으로 출국해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광윤사 등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의지를 일본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설득할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다져놓은 기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형제들 간 싸움을 넘어서 부자간 전쟁에서 가족, 친지들까지 동원되고 있는 양상이어서 장기간 분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6일 신동빈 회장을 만났지만 완전히 이기거나 지거나 결정될 때까지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7월 초 신 회장이 중국 사업에서 조 단위 손실을 낸 데 대해 신 총괄회장이 매우 화를 냈고 변상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에게 맞은 신 회장은 이후 신 총괄회장 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신 전 부회장은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어 "동생이 모든 것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하려던 것이 원인"이라며 "친척들과 일본 롯데의 이사들, 자신과 아버지까지 쫓아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은 "동생을 언제든 용서할 마음이 있다"며 화해의 여지를 남겼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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