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술 CEO'라 쓰고 '술 쎄요'라 읽는다

술로 관계 술술 푸는데 도사들…소주시장 톱3의 수장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술은 매직이다. 단순히 마시고 먹는 음식을 넘어 사람 간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서로 간 감정을 교감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등 우리생활에 있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술을 제조ㆍ판매하는 주류회사는 늘 고민이다. 주당(酒黨)에게 맛있는 술을 만들고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 때 주류회사는 입사지원서에 자신의 주량이 몇 병인지, 맥주와 소주는 각 몇 병을 마시는지 등을 적게 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지만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술을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주류회사를 이끌어가는 수장들의 주량은 얼마나 될까. 전국 팔도 10개 소주회사 가운데 TOP3 수장들의 주류 스타일을 비교해 봤다.◆"형, 동생하자 제안"= 참이슬 브랜드로 국내 소주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소주 2병이 주량이다. 회사의 주력상품이 소주, 맥주이다보니 소주만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소주 1∼2병에 맥주를 함께 마시는 편이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마시는 양은 차이가 있지만 일주일에 6회 정도 술자리를 한다. 저녁이 3∼4번, 주말 1∼2번, 점심과 함께 하는 자리가 1∼2번 정도다.'CEO 데이트' 등 직원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격의없이 마시다보니 평상 시 보다 더 많이 마시게 된다. CEO 데이트는 지난 2011년 9월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통합 이후 사내 소통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매월 1∼2회 비정기적으로 진행된다.김 대표의 술버릇은 동석하는 사람들과 어느정도 친밀감이 들면 형, 동생으로 호칭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에 전국 각지에 수많은 형, 동생이 있다. 기자도 동생이 됐다.김 대표는 "술자리가 잦다 보니 어려움도 많지만 그 만큼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술은 인간관계에 있어 더없이 좋은 음료"라고 한 잔을 외쳤다.◆"유머감각, 애교 작렬"= 처음처럼 브랜드로 시장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혁 롯데주류 대표의 주량은 소주 2병이다. 약속유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술자리는 일주일에 2회 정도 한다. 주로 저녁약속이다.특별한 주사는 없으나 술을 마시면 유머가 많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평소 과묵하고 말을 아끼는 편이다보니 술자리에서 유쾌하게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도 있다.이 대표와 몇 차례 술자리에 동석했던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는 평소 과묵하고 신중한 성격으로 빈틈이 없지만 편한 술자리에서는 의외로 밝고 개구진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며 "믿기지는 않겠지만 귀여운 외모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고 말했다.과음만 하지 않으면 술이란 게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도 하고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피로해소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웃음 많아지는 귀욤이"= 좋은데이 브랜드로 시장 3위를 달리는 강민철 무학 대표는 소주 3병이 주량이다. 일주일에 2회 정도 마신다. 한 번 제대로 마시면 꽤 마시는 편이지만 대부분 절제한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며 휴식을 갖고 술은 되도록 피한다. 강 대표는 취기가 오르면 잘 웃고 목소리가 커지는 스타일이다. 입꼬리가 귀에 걸릴 때면 가끔씩 방방 뛰기도 한다.강 대표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O순위로 생각한다. 이에 주 1회 각 지점을 순회하고 직원들과 전사판촉 활동에 동참한다. 시장상황을 확인하고 직원들과 술한잔하며 고충도 듣고 격려할 때 일에 대한 뿌듯함을 느낀다.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회사 대표들은 오랜 시간 영업에서 갈고 닦은 자신만의 노하우로 직원들과 '소통주'를 즐기며 회사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며 "만약 전국 팔도 10개 소주회사 대표가 한대모여 제대로 술을 마신다면 누가 이길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졌다.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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