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정위 CD조사, 매듭지을 때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 금융회사 한 곳의 자진신고뿐만 아니라 현장조사 과정에서 담합 정황 증거를 다수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조선일보 2012.07.20) 이는 공정위가 3년 전 은행 CD금리 담합 조사를 시작한 시기에 보도된 기사의 도입부다. 기사는 공정위 관계자를 인용해 "금융회사들이 CD금리를 담합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권 종사자들이 "공정위가 입수한 증거에는 CD발행과 관련된 것들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D는 은행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CD금리는 증권사들이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한 유통금리에서 최상ㆍ최하 값을 뺀 나머지 값을 평균해 산정됐다.  다른 신문은 "CD금리 조작 의혹은 '한국판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사태'로 비유된다"고 설명했다. 리보 사태는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이 금리를 조작해 보고했다가 영국과 미국 금융당국에 적발된 이후 영국ㆍ독일ㆍ일본 금융당국이 다른 대형 은행들에 대해 국제공조 조사에 나선 것을 가리킨다.  공정위의 CD금리 담합 조사는 이런 국제적인 흐름을 따른 측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국내에서는 가계대출금리가 CD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CD금리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었다. 기초금리인 CD금리가 높게 유지될수록 은행들은 이자수익을 더 올릴 수 있다.  나는 이런 일련의 보도를 신뢰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은행 조사에 앞서 증권사 현장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증권사는 금융투자협회에 CD금리를 고시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CD금리가 높다고 해서 증권사가 득을 볼 게 없다. 그런데도 증권사 현장조사를 했다는 것은 공정위가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은행을 조사하러 온 공정위 담당자가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하지 않은 채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더라"는 한 기자의 전언은 이런 의심을 굳히게 했다.  공정위가 은행 9곳과 증권사 10곳을 현장조사한 3년 전만 해도 CD금리 담합 조사가 1년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공정위가 현장에 인력을 투입할 때에는 이미 사전 조사나 제보로 혐의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풀이됐다. 그러나 조사 1년이 지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정위가 잘못된 제보에 의존해 조사를 벌였다가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조사 착수 후 2년여가 흐른 지난해 8월 공정위는 CD금리 담합 혐의에 대한 추가조사를 벌였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실무자는 "공정위에 제출한 자료 중에는 과거 CD금리 담합 조사 때 낸 자료들도 다시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CD금리 담합에 관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해당 건을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충분히 관련 증거를 확보한 만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3년이 지났다. 금융권에는 공정위가 전문 영역이 아닌 분야에서 허방을 짚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2013년 7월 연합뉴스에 "CD금리 책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국내 단기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담합이 없었다는 게 금융권의 일관된 주장이다.  은행 CD금리 담합 의혹 조사는 김동수 위원장 때 착수됐다. 이후 공정위 수장은 노대래 위원장을 거쳐 현재 정채찬 위원장으로 바뀌었다. 이제 정 위원장이 매듭을 지을 때다. 실책보다 더 피해야 할 일이 실책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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