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40%' 잘 나갔던 일본펀드, 한국 못 올라탄 까닭은

아베노믹스 이후 증시 급등…한국 투자자, 금융위기 트라우마로 신규투자 머뭇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펀드 투자에서도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였던 것일까. '아베노믹스' 훈풍에 일본 주식형펀드(일본펀드)들이 준수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베 집권 후 새로 설정된 펀드는 소수에 불과하는 등 한국 투자자들은 최근 불이 붙은 일본 경제의 과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펀드 중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일본펀드는 총 35개로 이중 20개는 2007년 설정된 펀드들이다. 그 후 오랜 기간 1만선을 밑돌던 닛케이225지수는 아베 신조의 통화정책에 힘입어 2013년 1만선을 돌파하며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새로 설정된 일본 펀드는 6개에 불과할 정도로 일본을 주목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펀드에서 일본이 소외된 이유로 2000년대 후반 일본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은 아픈 기억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07년 일본 증시는 1만7000선을 뚫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자 2007년 한해 일본펀드에만 1조1707억원(제로인 기준)의 투자자금이 몰렸다. 그만큼 추가 상승에 거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8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일본 증시도 고꾸라졌다. 지수는 8000선으로 반토막나고 일본펀드의 연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40%까지 추락했다. 쓴 맛을 본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눈물의 환매'에 나섰고 2008년~2014년 사이 일본펀드서만 7146억원이 순유출됐다.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아베노믹스가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됐던 것도 일본투자를 주저하게 했던 요인이었다. 한 펀드매니저는 "일본이 오랜 불황에 빠져있던 만큼 아베노믹스가 최종 목표인 내수 진작에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있었다"며 "당시 선뜻 투자하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전망이 불확실한 일본 대신 경제 개방에 나선 중국과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 배팅했다. 이렇게 한국 투자자들이 일본 투자에 주춤한 사이 기존 일본펀드는 2013년 한해 평균 4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일부 펀드는 60%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 자금흐름도 환매 주문이 마무리되면서 올해 601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해에만 930억원이 빠져나갔는데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 설정된 펀드가 거의 없어 2007년 설정된 'KB스타재팬인덱스자(주식-파생)A'에만 511억원이 몰리는 등 기존 펀드들이 투자금을 거의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종가 기준 닛케이225지수는 1만9937.72로 2만선 돌파를 앞두고 있다. 1분기 수출기업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바닥을 기는 원유 가격도 에너지 수입국으로서 일본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펀드들도 연초이후 수익률이 5.9~14.38%(ETF 제외)로 양호하다. 업계에서는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도 가능해 투자처로서 매력이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기업 실적이 내수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면 2만2000선도 노려볼만 하다"며 "다만 현재 단기적으로 많이 상승한 상태니 시기를 조정해서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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