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피해자 속 풀어준 탄산 같은 여자

▲"연애보다 일하는게 더 즐겁다"고 말할 정도로 '워커홀릭'인 정준아 금감원 법무실 법무4팀장. 그는 금감원내에서 변호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팀장 자리를 꿰찼다.

정준아 금감원 법무4팀장290여명 중 최연소 팀장변호사 출신들의 롤모델[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연소 팀장', '변호사 출신 1호 팀장'. 금융감독원 직원인 정준아 법무실 법무4팀장에 붙은 수식어다.금감원 전체 직원 1800여명 중 중간관리자 격인 팀장급은 290명 남짓이다. 이 중 여성 팀장은 3%인 단 10명에 불과하다. 정 팀장은 이들 10명의 여성은 물론 금감원 전체 팀장들을 통틀어 가장 나이가 어리다. 1973년생, 한국 나이로 42세다. 그가 '팀장'을 단 건 지난 4월 말, 금감원에 들어온 지 꼭 11년 2개월 만이다.외대 법대를 졸업한 정 팀장은 사법연수원(32기)을 마친 2003년 2월, 연수원 동료들과는 달리 곧바로 금감원에 지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 팀장은 "일반 변호사들은 클라이언트(의뢰인) 입맛에 맞춰 일을 해야 하는데, 금감원에서는 그럴 필요 없이 옳다고 생각한 대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여기에 덤으로 '금융'이라는 전문 분야를 익힐 수 있어 끌렸다"고 답했다.그가 사법연수원 당시 증권업협회에서 '전문기관 연수'를 했던 게 인연이 됐다. 정 팀장은 "우연히 증권업협회에 연수를 했고, 그 후로 금융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금감원에 지원하게 된 실질적 계기가 된 셈이다.그가 금감원에 처음 들어와 얻은 직급은 선임조사역(대기업 과장급)이다.(금감원 직급은 조사역-선임조사역-수석조사역-팀장-부국장-국장(실장)-부원장보-부원장-원장 순으로 구성된다) 이후 법무실, 분쟁조정실 등을 거쳐 2011년 수석조사역으로 한 계단 진급했고, 3년 만인 올 4월 팀장으로 승진했다. 금감원에 변호사로 들어와 일반 직원들과 경쟁을 벌여 팀장에 오른 첫 케이스다.금감원에 근무하는 변호사는 100명이 넘지만 변호사 출신 팀장은 그가 유일하다. 후배 변호사들의 '롤모델(role model)'일 수 밖에 없다. 2011년만 해도 변호사가 40명에 불과했지만 법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2012년엔 60명, 지난해엔 90명까지 늘었고, 급기야 올해 100명을 넘었다. 정 팀장은 "전체 직원 중 5%가 넘을 정도로 변호사가 많다"며 "변호사 신분에 '금융'이라는 전문성을 더하면 '몸값'이 치솟기 때문에 (금감원)인기가 높다"고 전했다.정 팀장은 후배들 사이에선 '워커홀릭(일 중독)'으로 불린다. 새로운 업무가 떨어지면 해결 방안을 찾아낼 동안 의자에서 일어나질 않는다. 그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때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체가 재미가 있다"며 "'일이니까 해야지'라는 생각 보다는, 여러가지 이슈가 발생하면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이런 해결점을 찾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그를 또 다른 '워커홀릭'인 최수현 원장이 놓칠리 없다. 최 원장은 지난해 동양사태가 터진 후 금감원이 사태 수습을 위해 매일 열었던 '일일점검회의'에 정 팀장을 배석시켰다. 원장 주재로 열린 이 회의에서 그는 분쟁에 대비한 법률 검토를 맡았다. 쟁점 사항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갔다. 설명회도 전국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다녔고, 밤을 꼬박 세운날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동양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건수가 2만건을 넘었는데, 분쟁조정 성공률이 90%를 상회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금감원 공보실에서 별도 자료를 배포했을 정도였다. 정 팀장은 "최대한 투자자들 입장을 대변하려고 노력했더니, 당사자들이 (분쟁)수락해 주는 사례가 많았다"고 겸손해 했다.후배들에 대한 애정도 따뜻하다. 그는 "금감원내 변호사들은 금융감독 실무 부분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이런 부분을 원활하게, 업무를 빨리 적응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려 한다"고 했다. 17일엔 통의동 금융연수원에서 금감원내 변호사를 대상으로 '감독실무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정 팀장이 강연자로 나선다.일에 빠져 산 때문일까. 아직 그는 미혼이다. 정 팀장은 "사실 (연애보다)일하는게 더 재밌다"고 말할 정도로 일에 빠져 산다. 그러나 "좋은 사람 만나면 결혼 해야죠"라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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