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이 8일(미국 현지시간)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2명을 석방함으로써 북미 관계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미국인 억류 문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북한도 정치 부담을 느끼고 있는 사안이었다. 따라서 북한이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노린 게 무엇인가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북한이 억류해왔던 미국인 케네스 배(46)와 매튜 토드 밀러(24)를 모두 석방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21일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을 21일 전격 석방했다. 이로써 그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들은 모두 풀려났다. 미국이나 북한이나 이들의 석방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이들의 석방을 위해 이익대표부로서 끊임없이 노력해 온 스웨덴 정부를 비롯한 전 세계 우방에도 감사한다"고 언급했다국무부는 또 이들이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안보국(DNI)과 동행하며 귀국길에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북한 역시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조치가 예측하기 힘든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 오바마 정부에 새롭게 접근하려는 신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과 함께 북한이 제프리 파울씨를 석방했을 때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보도 내용을 본다면 북한이 억류 미국인을 석방한 속내를 짐작해 볼 수 있다.조선신보는 지난달 28일 '억류범죄자 석방조치 이후의 조(북)미관계'란 제목의 기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신문은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미국 범죄자 석방조치는 2기 오바마 정권에서 사실상 조미대화 재개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면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포기를 자기 행동의 유일한 기준점으로 삼는 조선과 협상 탁에 마주앉으려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라도 나름대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밝혔다.신문은 특히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강조했다. 신문은 파울이 석방된 시점이 북미 제네바 합의 20주년(10월 21일)과 일치한다며 "미국 대통령의 (석방)요청에 대한 조선 측의 화답에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신문은 "1990년대 조선반도 핵위기 발생으로부터 조미 기본합의문채택에 이르는 과정은 조선에는 위협이나 압력이 통하지 않으며 조미 사이에 제기되는 문제는 평화적인 대화의 방법으로만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앞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된다면 그것은 오늘의 첨예한 핵 대결의 현실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면서 "조선 측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먼저 행동으로 보여야 대화할 수 있다는 오바마 정권의 기존논리는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조선신보는 한마디로 북미 핵대화 즉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촉구했다.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약속 이행과 인권 개선에 나서야 가능하다는 미국의 원칙은 이번 석방 조치로 변하지 않았다"는 외교소식통의 말에 비춰본다면 이를 뻔히 알 북한의 노림수는 다른 데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따라서 워싱턴 외교가에서 유엔 차원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을 계속 억류하고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은 유엔이 북한 인권상황과 최고책임자를 국제사법제판소(ICC)에 제소하는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고 ICC에 제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같다"면서 "억류자 석방이라는 선물을 미국에 보냄으로써 미국에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양무진 교수는 "따라서 앞으로 북미 관계는 대화로 갈 것"이라면서 "언제 어느 수준으로 갈지는 두보과야 한다"고 내다봤다.양 교수는 한국 정부가 외교부 논평을 통해 남북 간 인도적 사안 해결을 촉구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내다봤다.양 교수는 "북한이 요구해온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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