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두번째 恨가위…옥중서 편지보낸 최태원

최 회장 수감 582일째…수장 잃은 명절

최태원 회장<br />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오는 23일이면 수감 60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두 번의 추석을 옥중에서 보내게 됐다. 지난해 1월 31일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최 회장은 지금까지 1년 8개월여의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대기업 회장 가운데 최장기 기록이다. 최 회장의 가족들도 가장이 없는 두 번의 추석을 보낸다. 가족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는 자리인 한가위가 최 회장과 그 가족들에게는 올해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열렸던 고(故) 최종현 회장의 16주기 추모식에도 장남인 최 회장은 참석치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불참이다. 특히 이날 추모식의 제주(祭主)는 수감 중인 최 회장 형제를 대신해 최태원 회장의 아들과 최재원 부회장의 아들이 맡았다. 지난해에는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추모식을 진행했으나 올해에는 최재원 부회장마저 구속 수감되면서 두 아들 대신 두 손자가 책임을 맡은 것이다. 2008년 10주기 때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각계 인사 600여 명이 참석한 추모행사를 가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라 더욱 '쓸쓸한'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의 기일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홀로 보내는 추석에 대한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최 회장의 가족들이다. 특히 둘째 딸인 민정 씨가 최근 해군 사관후보생에 합격해 군 생활동안은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해 이번 추석 최 회장의 부재가 더욱 아쉽다. 최 회장의 아들인 인근(19)씨는 미국 하와이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곧 미국 명문대인 브라운대에 입학할 예정이다. 8만명이 넘는 구성원들을 가진 SK도 수장이 없는 '인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산규모 140조원, 국내 재계 서열 3위인 'SK호(號)'는 최 회장의 부재 속에 신성장 사업 진출, 대규모 인수ㆍ합병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STX에너지, ADT캡스 인수를 막판에 포기했고 올 들어 호주 유류공급업체 UP 입찰도 맥없이 물러났다. 태양광전지 사업에 이어 차세대 연료전지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지난 2012년 일본 반도체 업체 엘피다 인수를 포기했던 최 회장은 "앞으로도 인수합병 기회가 있을 경우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으나 이후 법적 문제에 휩싸이면서 손을 떼고 말았다. 최 회장은 최근 면회한 임원과의 대화에서 "엘피다 인수를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추석 메시지를 보냈다. 상당수 SK 직원들이 자신의 안부를 걱정하고 근황을 궁금해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면회를 간 인사를 통해 본인 소식을 전했다고 SK 측은 설명했다. 최 회장이 수감 후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최 회장은 "그룹 경영환경에 대한 얘기를 접하고 나면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어려운 경영환경에 SK그룹 구성원들이 악전고투하고 계시는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더해간다"고 했다. 이어 "지금 주어진 이 상황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 회장은 "우리는 IMF나 글로벌 사태 등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잘 이겨내 왔다"면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어려움이 과거와 다른 상태라고 해서 이걸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회장으로서 최장 수감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현실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그는 "이럴 때일수록 패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며 "한마음이 돼 전진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어 '전화위복'으로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최 회장은 "SK 8만 구성원은 제게 있어 가장 큰 힘이었고, 존재의 이유 중 하나"라며 직원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이 같은 최 회장의 글에 SK 직원들은 수백 건이 넘는 댓글을 달고 격려와 위로의 뜻을 보냈다.한 직원은 "누구한테 묻기도 어렵고 회장님의 근황이 궁금했었다. 그런데 글을 보니 너무나 반갑고 마음이 무겁다"는 댓글을 달았다.또 다른 직원은 "배가 목표로 가기 위해서는 역시 선장이 필요하다"고 썼고 "전 세계를 누비면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던 회장님 모습이 선하다. 회장님 모습을 다시 봤으면 좋겠다"는 댓글로 최 회장의 옥중 메시지에 화답한 직원도 있었다.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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