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마, 베테랑 캐디가 있으니까'

PGA투어 베테랑 홀과 존스의 '캐디 예찬론', 국내에도 '우승제조기' 등장

스튜어트 싱크(오른쪽)와 캐디 매트 홀이 경기 도중 코스 공략에 대해 상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골프선수에게는 캐디가 그림자다. 당연히 프로골프투어에서는 캐디를 동반해야 한다. 사실 직접 골프백을 메고 3, 4라운드를 걸어서 플레이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선수들에게 캐디는 특히 스코어를 좌우하는 출발점이다. 거리와 방향, 심지어는 퍼팅라인까지 철저하게 파악해 보좌한다. 예전에 타이거 우즈(미국)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는 실제 메이저 13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72승을 합작해 '황제 캐디'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캐디들의 열정 역시 선수 못지않게 뜨거운 이유다. 베테랑 캐디 매트 홀(미국)은 10살 때 골프를 시작해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어릴 적부터 골프와 연관된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고등학생 때는 골프용품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오클랜드힐스골프장에서 운영요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2년 동안 골프장의 보조프로를 지냈다. 진짜 적성은 캐디를 하면서 찾아냈다. 홀은 "골프와 여행을 좋아하는 데다 잘 나가는 선수와 동행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며 "곧바로 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고향인 미시건을 떠나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이사해 처음에는 2부 투어에서 골프백을 멨다. 2004년 PGA투어에 합류해 2011년 D.A.포인츠(미국)와 함께 AT&T에서 우승을 일궈냈고, 지금은 스튜어트 싱크(미국)와 함께 투어를 뛰고 있다. 마크 윌슨(미국)은 캐디 크리스 존스와 무려 8년 동안 동고동락했다. 스노보드를 타기 위해 타향살이를 하던 중 보드를 탈 수 없는 여름에 존스가 살던 레이크타호 지역에 리노타호오픈이 창설된 게 인연이 됐다. 존스를 만난 이후 PGA투어 통산 5승을 수확하는 등 찰떡궁합이다. 존스 역시 "나는 밴을 타고 1년에 30~35만 마일을 여행한다"며 "얼마나 좋은 직업인지 모른다"고 자랑했다. 이 때문에 쌓은 정을 쉽게 떼어내기도 어렵다. 최경주(44ㆍSK텔레콤)는 2003년 이후 8년간 앤디 프로저(스코틀랜드)와 통산 6승을 수확하면서 "(프로저는) 아내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저가 60세를 넘기면서 체력 부담을 느끼자 2011년 어쩔 수 없이 캐디를 교체했다. 3주 전 열린 143번째 디오픈에서는 코스에 능숙한 프로저에게 부탁해 임시로 가방을 맡기며 향수를 달랬다. 윌리엄스가 우즈와 결별한 뒤 '흑인 멍청이'라는 인종차별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철천지원수가 됐다는 게 오히려 이채다. 우즈가 '섹스스캔들'에 시달리던 2011년 7월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발끈했고, 현재 세계랭킹 1위 애덤 스콧(호주)의 캐디를 맡았다. 윌리엄스가 이후 "지나쳤다"고 자세를 낮춰 화해모드가 조성됐지만 우즈와는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다.아예 가족이나 여자친구를 캐디로 대동하는 선수도 있다. 지난달 KPGA선수권에서 우승한 매튜 그리핀(호주)이 대표적이다. 1년 남짓 만나온 여자 친구 엘리자베스 존스턴이다. 올해 2월부터 서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핸디캡이 8의 싱글핸디캐퍼다. 그리핀은 "여자친구가 가방을 멘 건 이번이 세 번째"라며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공을 돌렸다. 국내무대에서는 그러나 전문 캐디가 많지 않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전담 캐디를 거느릴 만큼 투어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은 가족이 대신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자투어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그나마 전문 캐디라는 직종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희창 씨가 표본이다. 서희경(28)과 유소연(25)과 호흡을 맞췄고, 미국으로 진출한 뒤 양수진(23)과 이미림(24)을 거쳐 지금은 양제윤(22)의 백을 멘다. 정상옥 씨는 이보미(26)를 필두로 정연주(22), 김세영(22) 등을 도와 '우승 제조기'로 유명하다. 올 시즌은 '특급루키' 백규정(19)의 뒤를 봐주고 있다. 김효주(19)의 캐디 서정우 씨는 배상문(28)과 장하나(22) 등과 플레이했다. 단순히 골프백을 운반하고, 골프채와 골프공을 닦아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72홀 동안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 맞서 선수에게 심리적인 위안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 바로 캐디다.

백규정(오른쪽)이 캐디 정상옥씨와 환하게 웃으며 나란히 코스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KLPGA제공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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