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증시]세자릿수의 공포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증시에 '세자릿수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연휴를 마친 7일 원달러 환율이 1022.5원으로 마감했다. 직전일 대비 7.8원 떨어져 2008년 8월7일 이후 5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1000원선을 하회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환율과 수출기업의 실적은 일반적으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환율이 하락하면 실적도 주저앉고 주가도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원화평가 절상은 국가경쟁력 향상을 뜻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탄탄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환율민감도가 예전에 비해서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은 외국인 매도공세와 겹친 환율쇼크가 반갑지 만은 않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조금씩 갈리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000원을 하회할 공산이 크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율이 1000원 이하 수준에서 계속 머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채 금리 하락과 미국 달러화 약세가 시사하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 지연 가능성이 이미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통화 강세를 감당할만한 경기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1000원 이하의 환율은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2003년 이후 5년 연속 한국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계속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 확대보다는 수입 축소가 동반된 결과이기 때문에 수출 호조가 국내 경제 성장에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건설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없다. 수출 정체와 수입 축소가 동반한 경상수지 흑자는 외환 공급의 ‘양적인’ 측면에서 원화 강세를 이끌고 있지만, ‘질적인’ 측면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오랜 기간 지속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원화의 가파른 강세로 인한 금융시장 변화가 내수와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정부 차원의 속도 조절용 개입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의 보고서와 G20 재무장관 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4월 이후 원화는 주요 30개국 통화 가운데 가장 빠르게 절상됐으며, 최근 5거래일 간 원화가 절상돼 온 속도가 유지돼 곧 1000원에 도달한다면 원화는 보름 만에 미 달러화 대비 약 4%나 절상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환율 수준뿐 아니라 속도와 변동성 측면에서도 정부가 당초 예상한 경제 성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화는 글로벌 달러 약세, 경상수지 흑자, 신흥국 불안 진정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추가 강세 여지가 충분하다. 이러한 요인을 반영해 당초 1040원을 예상했던 연말 환율을 1020원으로 소폭 하향 조정한다. 단기적으로는 1000원을 하회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다만, 미국 달러화 약세와 미국 금리 인상 지연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은 상당히 반영돼 있으며, 수출 성장 없는 달러 공급 우위는 원화 강세를 지속하기에 우호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판단에서 1000원 이하의 환율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경상수지 흑자 기조와 더불와 금년 3%후반~4%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경기 흐름을 감안할 때 원화 강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높다. 더욱이 미국 경제지표의 뚜렷한 반등이 2분기 중후반 이후에나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 달러화 약세 기조 역시 당분간 유지될 수 있음은 원화 강세 기조를 뒷받침할 것이다. 더욱이 기업들의 달러 매도 심리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수준까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오버슈팅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당사는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추가 하락할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 1020원 수준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 1020원 수준을 저점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추가 원화 강세시 국내 경기와 기업들의 펀더멘탈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기 때문임. 지난 4월 16일 보고서(환율 전망 및 업종 종목별 민감도 분석)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원달러 환율이 평균적으로 1020원을 하회할 경우 국내 대형주 40개 기업의 금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당초 8~9%(당사 전망치 기준) 증가에서 4~5% 수준으로 둔화될 수 있다. 또한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지속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북핵 리스크 등도 원화의 추가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는 판단임. 또한 정부 당국 역시 원화 강세의 속도 조절을 위한 개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역시 원화 추가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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