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이 흐드러지게 핀 오거스타내셔널 16번홀 전경.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아이젠하워 나무와 그린재킷, '래의 시냇물'. 오늘밤(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ㆍ7435야드)에서 대장정에 돌입하는 올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총상금 800만 달러)는 유구한 역사만큼 갖가지 사연이 즐비하다. 오거스타내셔널의 까다로운 입회 조건부터 코스 관리 등 '황소고집'에서 시작해 마스터스에서 탄생한 수많은 일화 등 코스 곳곳에 전설이 있다. 마스터스의 모든 것을 알파벳으로 풀어봤다. ▲ A= 11~13번홀, 이른바 '아멘 코너(Amen Corner)'다. 오거스타내셔널의 상징이다. '아멘'이라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튀어 나올 정도로 어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58년 허버트 워런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기자가 "아멘코너에서의 외침(Shouting in the Amen Corner)"이라는 재즈곡에서 인용해 명명했다는 설이다. 울퉁불퉁한 11번홀(파4)과 악마의 12번홀(파3), 철쭉이 유혹하는 13번홀(파5)이 차례로 이어진다. ▲ C= '벤 크렌쇼(Ben Crenshaw)'다. 1984년에 마스터스 첫 승을 일궈냈고, 1995년 또 다시 우승컵을 차지했다. 두 번째 우승은 스승 하비 페닉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였다. 크렌쇼는 우승이 결정된 18번홀 그린 위에서 스승을 기리며 통곡했다. 페닉은 운명하기 1주일 전 크렌쇼에게 "퍼팅할 때 퍼터 헤드가 손보다 먼저 나가서는 안 된다"는 마지막 가르침을 남겼다. 지금도 퍼팅의 정석으로 통하고 있다.▲ E= 17번홀 티잉그라운드 앞 페어웨이 왼쪽에 서 있던 '아이젠하워 나무(Eisenhower Tree)'다. 19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이 샷을 가로 막는다는 이유로 이 나무를 베자고 제안했다가 골프장으로부터 거절당해 오히려 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수령 100년이 넘은 이 나무는 그러나 지난겨울 이 지역에 불어 닥친 눈폭풍에 고사해 결국 코스에서 사라졌다.▲ F= '육묘장(Fruitland Nurseries)', 골프장이 조성되기 전 원래 부지다. 플랜테이션 농장이던 이 땅을 1857년 벨기에 사람이 사들여 육묘장으로 꾸몄고, 전 세계에서 다양한 꽃과 나무를 들여왔다. 농장 주인의 정성은 골프장으로 조성된 뒤 철쭉과 목련이 즐비한 '꽃동산'으로 남았다. 각 홀에는 꽃과 나무 이름의 애칭이 붙은 이유다. 1번홀 '티 올리브', 2번홀 '핑크독 우드' 등이다. ▲ G= '그린재킷(Green jacket)'이다. 회원이거나 마스터스에서 우승해야 입을 수 있는 녹색 재킷이다. 1949년 샘 스니드(미국) 우승 당시 처음 챔피언 재킷으로 채택됐고, 이제는 마스터스의 전통이 됐다. 1967년부터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소재 해밀턴테일로링이라는 회사에서 독점 공급하고 있다. 디자인도 버튼이 3개 달린 예전의 모습 그대로를 고수하고 있다. ▲ H= '호건 브릿지(Hogan Bridge)', 12번홀 그린 앞으로 흐르는 '래의 시냇물(Rae's Creek)'을 건너는 다리다. 1953년 코스 레코드(274타)를 수립한 벤 호건(미국)의 이름을 따 1958년에 헌정됐다. H는 명예 시구자(Honorary Starters)의 의미도 있다. 1라운드 첫 티 샷을 하는 영예로운 골퍼다. 1963년 시작돼 지금은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등 '골프전설 3인방'이 선다. ▲ I= 마스터스의 오랜 중계방송 스폰서가 바로 'IBM'이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후원하는 일이 매우 드문 기업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의 '비상업주의'는 광고 시간을 철저히 제한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AT&T와 함께 시간당 딱 4분만 허용할 정도다. 수백만 달러의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조직위원회는 이를 최소화한다. 한국과 달리 경기에 풀 빠져들 수 있는 까닭이다. ▲ J= '구성(球聖)' 보비 존스(Bobby Jones)다. 월스트리트의 자본가 클리퍼드 로버츠와 함께 1933년 오거스타내셔널을 조성했다. 1930년 US아마추어와 US오픈, 브리티시아마추어, 브리티시오픈 등 당시 4대 메이저를 싹쓸이해 지금까지 유일하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골퍼다. 앨리스터 매킨지에게 코스 디자인을 맡겼고, 1934년 첫 마스터스를 개최했다. ▲ T= '타이거 우즈(Tiger Woods)'다. 프로 데뷔 이듬해인 1997년 처음 우승했고, 그 이후에도 3승을 더 보탰다. 2000년 US오픈을 기점으로 디오픈, PGA챔피언십에 이어 2001년에는 이 대회 우승으로 메이저 4연승, 일명 '타이거 슬램'을 완성하기도 했다. 올해는 허리부상으로 20년 만에 처음 불참을 선언해 대회 흥행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마스터스 최다승(6승)을 보유 선수는 니클라우스다. ▲ Z= '퍼지 젤러(Fuzzy Zoeller)'다. 1979년 마스터스에 첫 출전해 곧바로 우승한 유일한 선수다. 우즈도 프로 데뷔 이후 첫 도전에서 그린재킷을 입기는 했지만 아마추어신분으로 그 전에 두 차례 마스터스에 등판한 경험이 있었다. 한국은 아마추어 이창우(21ㆍ한체대)가 올해 대회에 처음 오거스타내셔널을 밟는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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