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에서 신탁회사가 운용하고 시중 은행들이 판매하는 고수익 보장 자산관리상품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에서는 최근 산시(山西)성 석탄 채굴회사인 전푸(振福)에너지가 신탁회사 중청신탁(中誠信托·CCT)을 통해 발행한 신탁증권 '크레딧 이퀄스 골드 넘버 원'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리면서 여기에 투자금을 넣어뒀던 투자자들이 투자 손실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전푸에너지가 중청신탁을 통해 2010년 발행한 30억위안(약 5330억원) 규모의 신탁증권은 이달 말을 만기일로 하고 있지만 이 석탄회사가 과도한 부채로 파산하면서 중청신탁은 만기일에 맞춰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상환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2011년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의 선전 지점을 방문했다가 문제의 자산관리상품에 투자를 결정한 한 투자자는 28일(현지시간)자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300만위안(약 50만달러)을 신탁증권에 투자했는데, 당시 투자를 권유한 공상은행 직원은 이 상품이 3년간 연 평균 수익률 10%를 보장한다고 말했다"면서 "중국 최대 은행이 판매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믿고 맡겼다"고 하소연 했다.그동안 중국 은행들은 오랜 관행대로 신탁회사 같은 그림자금융 제공기관을 끼고 우회적으로 각종 프로젝트에 투자해 왔다. '그림자 금융'으로 불리는 이러한 자금들은 지난해 중국 사회융자총액(aggregate financing) 17조3000억위안 가운데 30%를 차지할 정도다.그러나 정작 은행권은 '그림자 금융'에 희생된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니었던 만큼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가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는 신탁회사가 운용하는 자산관리상품에 문제가 생겨도 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이 최종 책임을 져 왔지만 이런 관행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신탁증권을 판매한 중국 공상은행의 장젠칭(姜建淸) 행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디폴트 하도록 놔둬) '투자 위험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교훈을 얻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놓인 700여명의 투자자들은 다행히도 중청신탁이 자체적으로 어느 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동원해 투자자들에게 원금 만은 돌려주는 쪽으로 해결의 방향을 잡으면서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단, 투자자들은 일정 부분의 이자는 받을 수 없게 됐다.일부 투자자들은 공상은행과 신탁회사가 약속한 연 10%의 이자를 받을 수 없게 된 데에 분개하며 상품 판매자와 정부가 일정 부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초유의 신탁증권 디폴트 사태가 약속한 이자를 지급해 달라는 투자자들의 항의로 마무리되게 됐지만, 위험성을 인지 못하고 고수익에만 눈이 먼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됐으며 중국의 그림자금융 관행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게 된 계기가 됐다고 경고하고 있다.UBS의 왕타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신탁 상품 가운데 4조위안 가량이 만기가 돌아오는데, 시중 유동성이 타이트해진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상환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메릴 린치의 데이비드 추 중국 전략가는 "낭비 성격이 강한 프로젝트들이 너무도 많은 채무를 안고 있다"이라면서 따라서 "어느 시점에는 폭발해 심각한 신용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랴오칭 애널리스트는 "중국 '그림자 금융'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신탁 시장이 중국 금융 시스템의 시한폭탄"이라고 우려했다.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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