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레노버 등 존재감 없던 기업들, 글로벌 기업 기술 전수 받고 혁신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짝퉁'과 '저가 이미지'로 고전하던 중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독일에서 발간되는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에 대해 중국 기업만의 독특한 전략 덕이라고 최근 소개했다.하이얼(海爾)은 파산 직전의 냉장고 제조업체에서 세계적인 가전업체로 거듭난 기업이다. 하이얼의 전신인 칭다오(靑島)냉장고는 1984년 잇단 적자로 파산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1985년부터 독일 립헤르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으면서 무섭게 성장했다.파산 직전의 하이얼이 생산한 냉장고 가운데 20%는 불량품이었다. 립헤르는 부품에서부터 제조방법까지 현대식 냉장고 생산법을 하이얼에 전수했다. 하이얼은 립헤르의 기술 전수와 당시 공장장으로 영입한 현 회장 장루이민(張瑞敏)의 리더십 덕에 글로벌 기업이 됐다.중국 기업들은 으레 아시아 시장으로 먼저 진출한다. 그러나 하이얼은 립헤르의 지원에 힘입어 유럽 시장부터 공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이얼은 현재 중국 최대 가전업체로 글로벌 가전시장 점유율 8%를 자랑한다.그러나 이제 소비자들 뇌리에서 립헤르의 존재가 잊혀지고 하이얼은 가전제품뿐 아니라 컴퓨터·스마트폰까지 생산하는 종합전자회사로 거듭났다.레노보도 선진기술을 받아들여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경우다. 레노보는 1984년 설립 이후 직원 10여명을 두고 IBM에 납품하는 작은 회사였다. 이런 레노보가 30년 뒤 '미국의 상징'인 IBM의 개인용 컴퓨터(PC)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세계는 깜짝 놀랐다.레노보는 IBM의 우수한 기술력을 받아들이고 문화적 충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실적악화에 허덕였지만 구조조정으로 위기는 기회가 됐다. 레노보는 지난해 PC 시장점유율 17.3%로 1위, 스마트 기기 시장점유율 7.6%로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하이얼이나 레노보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광저우주장(廣州珠江) 피아노도 빼놓을 수 없다. 1956년 창업 당시 한 달에 질 낮은 피아노 4대를 만들어내던 주장은 현재 월 10만대의 피아노를 생산하는 세계 1위로 우뚝 섰다. 현재 주장의 유럽 시장점유율은 15%다. 이런 급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120년 전통의 일본 피아노 제조업체 야마하 덕이다.주장은 20년 전 야마하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피아노 제작 노하우도 전수 받았다. 제작 비법을 배운 주장은 2000년 합작사 정리 이후 야마하 피아노 가격의 33%도 안 되는 저가 피아노로 미국·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독일 뮌헨 공과대학은 최근 펴낸 보고서 '중국의 챔피언들'에서 "자신감 강한 중국 기업들이 세계적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며 "중국 기업이 생산해내는 제품 품질은 이런 목표를 현실화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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