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슈어저[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②편 에 이어 계속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와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의 2위 표 양분이 전망되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1위 표를 둘러싼 경쟁 역시 2파전이 예상된다. 맥스 슈어저(디트로이트)와 크리스 세일(시카고 화이트삭스)이다.먼저 세일을 살펴보자. 정규시즌은 불운으로 가득했다.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30경기(214.1이닝)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3.04를 남겼지만 11승(14패)밖에 챙기지 못했다. 삼진 226개를 잡는 위력을 보였으나 타선의 9이닝 당 득점지원(RS)이 3.20점에 그쳤다.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다섯 번째로 적었다. 팀이 대표적인 타자친화구장인 US셀룰러필드를 홈으로 사용한단 점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래서 화이트삭스는 세일에게 감사해야 한다. 에이스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100패 이상을 떠안았을 수 있다. 성적은 63승 99패였다. 시즌 중반만 해도 망신당할 수준이 아니었으나 후반기 70경기에서 승률이 37.1%(26승 44패)에 머물렀다. 9월엔 7승(21패)밖에 올리지 못하는 굴욕도 겪었다. 고군분투가 아니더라도 세일은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평균자책점(ERA)을 기반으로 한 베이스볼레퍼런스닷컴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bWAR)가 대표적이다. 6.9로 매우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일반적으로 타자친화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투수는 수비도움배제 평균자책점(FIP)을 바탕으로 한 팬그래프닷컴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fWAR)가 bWAR보다 높게 나타난다. 불리한 여건으로 평균자책점을 끌어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일은 실점을 최소화해 bWAR을 끌어올렸다. 이는 이와쿠마처럼 타구 운이 많이 따라준 결과일수도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된 타구의 안타 확률(BABIP) 0.289,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LD%) 21.4%, 잔루처리율(LOB%) 77% 등은 행운이 깃든 결과만이 아님을 입증한다. 세일 스스로 난관을 극복한 부분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이 때문에 세일은 3년 전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처럼 적은 승수에도 사이영상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 문제는 세부지표다. 다른 경쟁자들을 크게 앞서지 못한다. 무엇보다 적잖은 이닝을 책임졌지만 2010년 에르난데스나 2011년 저스틴 벌랜더(티드로이트)처럼 250이닝에 가까운 소화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US셀룰러필드를 홈으로 쓰고도 기록한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과 이닝보다 많은 탈삼진(226개)도 경쟁력으로 내세우기가 모호하다. US셀룰러필드보다 더 지독한 타자친화구장인 레인저스볼파크를 홈으로 사용하는 다르빗슈 탓이다. 209.2이닝 동안 잡아낸 삼진이 무려 277개다.결국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는 슈어저로 좁혀진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214.1이닝을 던지며 21승 3패 240탈삼진 평균자책점 2.90을 남겼다. 20승 이상의 승수에 5패를 넘지 않는 성적은 클래식 스탯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2013년의 기준을 적용해도 분명 매력적인 발자취다. 물론 많은 승수에는 적잖은 득점지원(경기당 5.59점, 리그 3위)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해 가장 많은 득점지원(6.07점)을 받은 라이언 뎀스터(보스턴 레드삭스)는 8승에 머물렀다. 타선의 득점지원을 승리로 연결하는 힘도 충분히 경쟁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단 얘기다.
크리스 세일[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슈어저의 성적에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그 대부분은 타구 운을 거론한다. BABIP와 LD%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 보인다. 각각 0.259와 18%였다. 하지만 슈어저의 LOB%는 74.4%였다. 주자를 둔 상황에서 타구 운이 따랐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올 시즌 LOB%는 통산 기록(73.7%)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그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글쓴이는 효과적인 왼손타자 제압에 주목한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크게 의존하는 슈어저는 이전까지 오른손타자와의 승부에서만 강점을 보였다. 지난해 피안타율과 피OPS는 각각 0.199와 0.587이었다. 반면 왼손타자를 상대로는 각각 0.290와 0.831이었다. 통산 성적에서도 기록은 대조를 보인다. 오른손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217과 피OPS 0.638을 남겼으나 왼손타자에게 0.258과 0.756을 각각 기록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왼손타자를 오른손타자처럼 다룬다. 오른손타자를 상대로 더 강해지기도 했다. 올 시즌 오른손타자와의 대결에서 남긴 피안타율과 피OPS는 각각 0.164와 0.494다. 왼손타자를 상대로는 0.218과 0.645였다. 원동력은 부속 무기의 발전이다. 왼손타자와의 대결에서 슬라이더 대신 체인지업(30%)과 커브(12%)를 많이 던졌다. 두 구종은 모두 위력적이었다. 각각 0.249와 0.194의 피안타율을 남겼다. 특히 체인지업의 움직임은 크게 향상된 느낌을 줬다. 실제로 슈어저의 이 공은 지난해 왼손타자를 상대로 28% 구사했는데 피안타율이 0.299나 됐다. 체인지업과 커브의 발전이 왼손타자들의 머리에 혼란을 줬고, 그 덕에 패스트볼이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겠다. 왼손타자에게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207이었다. 투표인단을 사로잡을 매력은 하나 더 있다. bWAR과 fWAR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수치는 각각 6.7(3위)과 6.4(1위)다. 클래식과 세이버매트릭스 스탯 모두에서 흠이 발견되지 않는 선수로 각인되기 충분해 보인다.슈어저에겐 투표인단의 감성을 흔들 배경도 있다. 지난해 동생의 자살 충격을 극복하고 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거듭났다. 이야기는 4월 6일 로버트 산체스 기자가 작성한 ‘ESPN 매거진’ 커버기사에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슈어저보다 3살 어린 알렉스 슈어저는 미주리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모건 스탠리 세인트루이스 지사에서 근무하던 인재였다. 알렉스는 형에게 BABIP, FIP, WAR 등 세이버매트릭스 용어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했다. 슈어저는 그때마다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경기를 지배하는 것은 피칭이지, 세이버 스탯이 아냐”라며 말을 자르곤 했다. 동생의 이야기는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그 무렵 슈어저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빅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알렉스는 형의 투구를 틈틈이 파악하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형은 운이 없는 투수일 뿐이야. 어느 시점에만 도달하면 리그 정상급 투수로 올라설 수 있어.” 동생의 말은 현실이 됐다. 슈어저는 디트로이트로 둥지를 옮긴 뒤부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갔다. 이를 두고 슈어저는 “알렉스와 나눈 장시간의 통화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맥스 슈어저[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지난해 6월 20일 디트로이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홈경기를 가졌다. 슈어저는 여는 때처럼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고향 팀과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알렉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쉬고 싶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그는 세인트루이스 근교에 위치한 자택 지하실에서 목을 맨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비보에 서둘러 집으로 달려온 슈어저는 망연자실해했다. 도움만 받았을 뿐 동생의 심경조차 파악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고 미워했다. 그 뒤로 슈어저는 분노와 죄책감 속에 야구를 했다. 23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경기 등판을 강행했는데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했다. 마운드를 내려온 그는 팀 동료들의 하이 파이브를 받아주지 않고 곧장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그리고 근처 작은 방에 들어가 홀로 눈물을 쏟았다. 그 뒤로 일상은 단순해졌다. 경기만이 존재했고, 마운드에서 오로지 세 가지에만 집중했다. 공, 타자, 포수미트다. 동생을 떠나보낸 뒤 슈어저는 10승 3패 평균자책점 2.72를 남겼다. 상승세는 올 시즌 마지막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24일, 슈어저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자택을 찾았다. 식탁 앞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둘밖에 없었다. 이를 떠올리며 슈어저는 말했다. “알렉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가족에게 반년 이상이 필요했다.” 슈어저는 알렉스의 장담대로 리그최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이젠 사이영상 수상을 자랑할 일만 남았다. 동생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하면서 말이다.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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