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오늘 공개변론을 시작으로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본격 심리에 들어갔다. 공개변론 대상은 상여금과 휴가비, 김장보너스 등 복리후생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160여건의 통상임금 소송의 잣대가 된다. 판결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통상임금은 퇴직금과 4대 사회보험료, 연장ㆍ야간 및 휴일근로수당 등의 산정기준이다. 경영계는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추가 노동비용이 38조여원에 이르고 일자리는 41만여개가 줄어들 것이라 주장하면서 '현실을 고려한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대법원에 탄원했다. 반면 노동계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기존 '법리대로' 판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의 주장은 기업 현실을 강조한 것이다. 생산성 향상과 무관한 인건비 상승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그동안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해 온 관행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통상임금은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따지는 기준'이라는 노동계의 의견 또한 타당하다. 대법원은 현실과 법리를 두루 고려해 노사 모두에 공정한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의 근원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 대법원은 1994년 이후 육아수당, 명절 떡값,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등 그 범위를 확대해왔다. 그런데도 정부는 '상여금 불포함'을 규정한 1988년의 '행정지침'을 고집해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판결에 맞춰 불합리한 임금체계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정부 행정지침'에 기대어 손을 놓고 있었다. 이제 와서 기존 관행을 유지해 달라고 하는 건 염치없다. 기업의 편법 임금 인상을 암묵적으로 수용해온 노동계도 큰 소리 칠 계제는 아니다. 결자해지로 노ㆍ사ㆍ정이 머리를 맞대 모호한 법 규정을 명확하게 정비하고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차피 정년 연장이 의무화되면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은 불가피하다. 생산성과 무관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고쳐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노사가 함께 통상임금 논란을 임금체계 선진화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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