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틸다 스윈튼 '송강호는 게리 쿠퍼'(인터뷰)

[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50대의 나이에도 요정같은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외모를 지닌 틸다 스윈튼은 영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를 위해 철저하게 망가졌다. 기숙사 사감을 연상시키는 촌스러운 단발머리에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코는 들창코처럼 세웠다. 그것도 모자라 틀니까지 껴가며 연기 혼을 불태웠다.'설국열차'에서 틸다 스윈튼은 열차의 2인자인 총리 메이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메이슨은 헐벗은 꼬리칸 빈민들 앞에서 화려한 모피로 몸을 감싼 채 기차의 절대 권력 윌포드를 찬양하는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그의 연설은 곧 꼬리칸 빈민들을 자극하고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로 하여금 반란을 일으키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틸다 스윈튼은 지난 30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촬영 현장을 '유치원'에 비유했다. 스스로 '신비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힌 틸다 스윈튼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놀 듯 촬영장 분위기를 즐긴다고 밝혔다. 진정한 긍정 마인드의 소유자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 출연을 계기로 은퇴 계획을 접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또 함께 호흡을 맞춘 크리스 에반스에 대해 "유기농"이라 표현하고, 송강호는 "전우"라 칭하기도 했다.다음은 틸다 스윈튼과 나눈 일문일답.▲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신비로운 느낌의 의상을 많이 보여줬다. 혹시 고집하는 패션 스타일이 있는지?- 나는 신비와 거리가 멀다. 영화 속 의상은 친구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다. 촬영장에는 디자이너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유치원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한다. 유치원에서 노는 것과 같다. 놀면서 이것저것 해보듯이 패션 역시 한 가지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는다. 나는 보통 대중 앞에 나갈 때 무척 소심해진다. 하지만 나를 치장해 준 분들을 위해 친구와 같이 나가는 느낌으로 대중 앞에 선다. 난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전작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생각했다는데, '설국열차'가 다음 작품을 하는데 힘이 됐나?- 나는 영화를 찍을 때마다 '이게 마지막이다'라고 얘기한다. 내가 게으른 편이다. 완벽한 친구들과 대작을 만들고 나면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한다. 사실 봉준호 감독과 이 영화에 대해 처음 얘기를 나눴을 때 이미 전작들에서 상당한 시간을 소모했다. 그래서 봉 감독이 영화를 하자고 했을 때 재미없으면 안 하겠다고 했다. 사실 얼마 전 짐자무쉬 감독과 찍은 영화와 이번 작품이 세상이 망한다는 내용의 영화들이다. 이 두 영화를 찍고 나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또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를 애도하는 공연을 갖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전환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 크리스 에반스와의 호흡은 어땠나?- 과연 봉준호 감독이 캡틴 아메리카를 커티스로 바꿔 빈민을 이끌고 탈출 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이 내가 영화를 보고 빠져들 수 있던 부분이다. 크리스 에반스가 수퍼 히어로의 모습을 버릴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또 미국인을 리더로 삼았다는 점도 그렇다. 과연 캡틴 아메리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 의심을 집어 삼켰다. 그는 이 영화의 심장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정말 태어나줘서 고맙다. 이 친구 유기농이다. 커티스 에반스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송강호를 눈여겨 봤다는데, 그 이유는?- 송강호의 일상을 볼 수 있다는 건 나에게 행운이었다. 내가 봤을 때 현대 영화인 중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최고의 전우(comrade)이다. 다른 사람들이 촬영할 때도 지켜봤지만, 특히 송강호가 촬영할 때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다음 연기는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게리 쿠퍼처럼 훌륭한 배우다.▲ 크리스 에반스를 이 영화의 심장이라고 했는데, 본인은 어떤 부위로 표현할 수 있는지?- '퍼니 본'(funny-bone, 팔꿈치 안쪽에 위치한 뼈로 충격을 받을 경우 반사작용이 일어나는 신경계가 위치한 곳)이다. 아프지만 짜릿한 통증이 느껴지는 게 기분이 좋다. 나는 그런 짜릿한 느낌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영준 기자 star1@<ⓒ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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