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 건설업부터 제조업 자원개발 등 잇단 투자-676개의 한국기업 활발한 활동...거래소와 합작, 증시도 열어줘
갤럭시노트2 광고판이 지붕 전체를 감싸고 있는 프놈펜 시내의 한 건물.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캄보디아에서 한국의 DNA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676개의 한국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농업국가이자 봉제업을 필두로 한 경공업 중심의 캄보디아지만 한국 기업들의 진출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류보다 빨랐던 한국의 투자 열풍=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기는 이곳에서도 대단하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좋다. 특히 한국 기업은 기존 건설 관련 업종 위주의 투자에서 다양한 분야로 진출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2009년11월 캄보디아에 처음 발을 내디딘 민경훈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 부이사장의 설명이다. 그의 말처럼 프놈펜 시내에는 삼성전자 '갤럭시3' 옥외광고판이 즐비하다. 차를 타고 시내 어디를 돌아다녀도 파란색 광고판을 볼 수 있다. LG전자도 프놈펜 시내에 영업점을 내고 성업 중이다. 락앤락은 한국 드라마 인기로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픈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개점한 뚜레주르는 아직 현지인들에게는 낯선 브랜드다. 하지만 캄보디아에 진출한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밝은 전망과 성장만이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금융위기와 한국의 저축은행 사태 등에 따라 대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캄보디아에 투자자금을 유입했던 건설사들은 썰물 빠지듯 떠나갔다. 1차 붐이 끝났던 셈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 캄보디아 투자액은 2008년 126억2700만달러, 2009년 28억9600만달러, 2010년 1억2500만달러로 크게 줄어든 바 있다. 이후 금융위기의 여파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면서 동남아 투자에 대한 열풍은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한 상태다. 2011년 우리나라 기업들이 캄보디아에 투자한 금액은 11억7500만달러로 회복세를 보였으며 2012년 6월말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캄보디아 투자액은 18억3003만달러 정도로 늘어났다.
오토바이가 점령한 수도 프놈펜의 한 도로에 LG전자의 옥외광고판이 눈에 띈다.
◆건설업에서 다른 분야로 확대 진출= 먼저 캄보디아 투자액의 대부분은 1차붐의 주인공이자 경기침체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부동산개발 및 건설업이 차지하고 있다. 경기 악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서 투자의 열기가 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개발 및 임대업은 한국기업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분야로 현재까지 총 146개 한국기업이 7억7232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국수출입은행에 신고한 바 있다. 이어 건설업의 투자액은 4억2314만달러로 두번째다. 포스코건설은 프놈펜 시내 와따낙 은행 본사 건물을 시공 중이며 금호건설도 EDCF 차관 사업을 수주해 시공하고 있다. 현대엠코는 프놈펜타워(22층 사무실빌딩) 시공 완료 후 건물의 60%가 임대된 상태다. 통상적으로 임대율 40%가 손익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성공적인 안착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어 선진국으로의 수출을 목적으로 한 봉제업이 우리나라 진출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중견기업 한솔이 종업원 1만1000여명 규모의 봉제공장을 운영 중이며 약진통상, 인경어패럴, 윌비스, 인재가먼트 등 한국 봉제기업들이 진을 치고 있다. 봉제업이 대다수인 제조업계의 투자액은 2억2598만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케이블 제조업체인 경안전선과 바이오에탄올을 제조하고 있는 MH Bio-Energy, PVC파이프를 제조하고 있는 코렉스 플라스틱 등이 봉제업이 아닌 대표적 한국 제조업체다.괄목할만한 사업으로는 석유 등 자원개발이 손꼽힌다. 우리나라의 캄보디아 광업 투자액은 4516만 달러다. 현재 GS에너지가 캄보디아 남부 해안 해상유전 A광구에 15% 규모로 지분 참여를 하고 있으며 캄보시아나가 석재 채취업에 진출했다. 특히 캄보디아의 원유 발굴은 미국의 셰브론(Chevron), 일본의 미쓰이 (Mitsui), 한국의 GS칼텍스 등 합작 컨소시엄이 2005년부터 원유 매장을 확인함에 따라 본격화됐다. 캄보디아에서 최초로 원유 발굴에 나선 만큼 향후 사업 전개에도 큰 힘을 얻을 전망이다.이외에도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이 자리를 잡은 금융업에서 1억147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된다. 현지 진출기업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옥외광고판을 점령하는 등 본격 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중고차 수입업체들도 현대차 등 한국 차량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체증이 한창인 수도 프놈펜의 도로에서 택시기사가 삼성전자의 야외광고판을 바라보고 있다.
◆캄보디아의 자본시장을 연 한국= 특히 우리나라는 캄보디아에 자본시장의 문을 열어 줬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4월 캄보디아 증권시장을 개장했다. 캄보디아증권거래소(CSX)는 한국거래소가 캄보디아 정부와 합작해 개설한 시장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6년 11월 캄보디아 정부와 증시개설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어 증시제도 자문을 제공하고 코스콤과 협력해 캄보디아에 적합한 IT시스템 등을 제공했다. 한국거래소는 이같은 지원을 통해 캄보디아 증권거래소의 지분 45%를 취득하고 이사회 참여 등을 통해 캄보디아 증권시장을 공동 운용하고 있다. 현재 상장기업은 한 곳 뿐이다. 하지만 잠재력은 어느 나라 증시보다 크다. 캄보디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1000달러를 넘지 않으며 매년 6~7%대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한국의 1970년대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민 부이사장은 "많은 한국기업들은 이곳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이곳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어떤걸 해야하는지 잘 파악하고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을 두고 정부와의 협의절차 등 캄보디아의 분위기를 잘 익힌 다음 진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CSX에 대해서도 "CSX는 이제 첫 걸음마를 떼고 한 발자국씩 걷고 있는 단계"라며 "캄보디아 국가 경제 성장을 지켜보면서 성장을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지기업들 중에서도 유망한 기업들이 상장을 원하고 있다"며 "올해 1~2개 업체가 상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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