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사회적기업을 찾아서 ①(주)희망자원폐지 리어카에서 연매출 11억원으로 ‘자립’ 성공“보수 적어도 만족도는 최고”…행복한 자활공동체‘받은 사랑 돌려주자’ 협동·나눔 최고 가치 추구
[아시아경제 김보라 ]“폐지 수집 리어카로 시작해 연매출 11억원의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수많은 시련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공동체’라는 믿음으로 똘똘 뭉친 직원들과 사회적기업에 대한 도움의 손길 덕분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받은 사랑과 관심, 돌려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주)희망자원 정향자 대표의 포부다.아파트나 기업체 등에서 배출된 폐기물 가운데 플라스틱만을 선별해 압축한 후 기업에 원료로 재판매하는 (주)희망자원은 광주·전남에 있는 200여개의 (예비)사회적기업 가운데서도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2007년부터 등장한 1세대 사회적 기업 대부분이 5년간의 정부 지원이 끝나자 휘청거리며 존폐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주)희망자원은 자립에 성공해 어엿한 기업의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명언이 꼭 들어맞는 (주)희망자원의 시작은 정향자 대표가 기초생활수급자들 몇몇과 함께 리어카로 폐지를 줍는 일을 하면서부터다.정 대표는 꿈도 희망도 없이 하루를 살아내는 데 급급했던 이들에게 ‘내일에 대한 설레임’을 안겨주기 위해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이들은 직접 리어카를 끌고 길에 나왔다. 그러나 이내 문제에 부딪혔다.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활하는 노인들의 생활터전을 뺏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 대표와 10여명의 직원들은 처리가 어려운 플라스틱 재가공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플라스틱을 쌓아놓고 재가공하기 위해서는 부지와 설비가 필요했지만 이들에게는 투자금이 넉넉지 않았다. 이에 정 대표는 광주시와 기관들에 도움을 요청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도 트럭 한대를 기꺼이 기증해줬다. 이렇게 시작된 (주)희망자원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사업 시작 4년 후인 2008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으며 재탄생했다. 사회적기업이 되면서 가장 현실적으로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그러자 설비 등에 대한 재투자가 가능해졌고 이는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10여명으로 시작한 (주)희망자원은 26명으로 직원이 늘었으며 나주에 1500평 규모의 어엿한 공장도 마련했다. 또 2년 전부터는 광주 서광주역 인근에 2공장을 설립해 사세를 확장 중이다.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층인 직원들은 모두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세 차례에 걸쳐 인센티브도 받았다. ‘자활공동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복지도 수준급이다. 비록 사정이 넉넉지 않아 시·구에서 실시하는 바우처 사업에 지원을 받고 있지만 영화나 공연 관람부터 1박2일의 여행까지 주기적인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직원 김진성씨(64·광주 동구)는 “나같은 신용불량자가 1일 8시간이라는 근로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출퇴근부터 문화생활까지 챙겨주는 직장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예전에 했던 경비원 일에 비해 보수는 많지 않아도 스트레스 없고 사람답게 살고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주)희망자원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행복한 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노사간 ‘공동체’의식이 바탕이 됐다.(주)희망자원의 운영상황은 매년 직원들에게 모두 공개된다. 공동체로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에 이익금은 개인의 돈이 아니라 직원들의 몫이라는 생각에 정 대표는 지금까지도 보수를 받지 않는다. 직원들 역시 공동체라는 울타리 속에서 불철주야 발로 뛰며 (주)희망자원을 키워내고 있다.문윤식 실장은 “어디가면 생활폐기물을 얻을 수 있는지, 또 재가공된 원료를 어디에 팔아야 하는지 그 어느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 모두가 하나 하나 몸으로 부딪히며 정보를 축적해 갔다”면서 “5년 전 공장에 큰 불이나 모든 것을 잃을 뻔 했을 때에도 직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헤쳐나갔다”고 설명했다.(주)희망자원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환원’이다. 주위의 도움으로 성장했기에 이들에게 나눔은 더욱 각별하다.직원들은 본인 역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소외계층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십시일반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를 하기도 한다. 이 날을 있게 해준 ‘트럭’에 대한 답례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나눔은 이제 자연스런 문화로 정착된 것이다. 정 대표는 “직원들은 본인들 손으로 ‘기업’을 일궈냈다는 자부심에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사세가 확장되더라도 순이익을 일자리 나눔 등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일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김보라 기자 bora1007@<ⓒ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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