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앓는 어머니/집 떠나네/구부러진 허리 펴지 못하고/비척비척 걸으며/딸네집 인천으로 떠나네/백구란 놈 두발 모아 뜀뛰며/마당을 긁고/어머니 세멘 브로크 담벼락에 머리를 기대고/백구야/백구야/부르며 우네//무명수건 한 손에 쥐고백구야/백구야/부르며 섰네//담벼락의 모래 몇 개/이러시면 안되잖냐며/무너져 내리네■ 저 편찮으신 어머니가 가시기는 어딜 가시겠는가. 그냥 저 머나먼 인천에 사는 딸이 보고싶어 허둥거리고 있을 뿐이시다. 펴지지 않는 허리, 치매 앓는 노인이 허우적허우적 나서자, 오랜만의 주인 행차에 흰 개 한 마리가 꼬리치며 반긴다. 어머니는 몇 걸음 내딛다가 벌써 지쳐 담벼락에 기대서 따라오는 개를 부른다. 불러놓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무기력한 몸을 원망하며 눈물을 흘린다. 백구야 백구야 젖은 목소리를 움켜쥐었던 흰 손수건으로 닦아낸다. 그 무너지는 마음처럼, '세멘 브로크' 벽돌 사이의 모래알 몇 개가 떨어져 내린다. 어머니 참으세요, 라고 말리는 듯 말이다. 이 풍경 안에는 어머니 외엔 인기척이 없다. 적막강산에 백구와 담벼락 모래알 몇 개만 치매 어머니를 돌보고 있을 뿐이다. 설이 다가오니, 이런 시가 가슴을 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이상국 기자 isomi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