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공비성 경비 부정 뿌리뽑을 대책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가 지적됐다. 이 후보자는 2006년 이후 헌법재판관으로 재임한 6년 동안 월 300만~500만원씩 모두 3억3000여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지급받았다. 공금인 이 돈을 자기 개인계좌로 옮겨놓고 관리하면서 자녀유학비ㆍ카드대금ㆍ개인보험료 등 사적 용도에 지출했다. 심지어 자신의 머니마켓펀드(MMF) 계좌로 다시 옮겨놓고 이자수익까지 꾀했다고 한다. 국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이틀간의 청문회를 어제 마치고 금명간 그의 헌재소장 임명에 대한 인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은 인준 여부를 이미 넘어섰다. 이와는 별도로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특정업무경비 관련 비리에 대한 후속조치가 반드시 취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공직 사회의 기강이 바로잡힐 수 없다. 특정업무경비는 헌법재판소뿐 아니라 검찰ㆍ경찰ㆍ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포함해 50여개 정부기관에 배정되는 예산 항목이다. 자료수집, 조사, 외부인 접촉 등의 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총 6500억여원이 책정됐다. 이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과 증인으로 나온 헌법재판소 사무관의 증언으로 미루어,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쌈짓돈이나 비밀월급으로 여기고 사용하는 관행이 정부기관에 폭넓게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특정업무경비 외에 기관별로 과거의 판공비와 유사한 성격의 업무추진비(올해 2000억여원), 특수활동비(8300억여원), 직무수행경비(1200억여원) 등의 이런저런 경비 항목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 곳에서도 사적 유용이 저질러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판공비성 경비를 지출하는 기관들의 실태를 전면적으로 조사해봐야 한다. 아무리 관행화한 부분이 있더라도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다. 법규위반임을 알면서도 고의로 사적 유용을 한 경우엔 당연히 배임이나 횡령의 죄를 물어야 한다. 아울러 판공비성 경비의 관리ㆍ지출ㆍ증빙ㆍ결산ㆍ통제에 대한 운영 기준과 위반 시 처벌 근거를 보다 엄정하게 마련해야 한다. 판공비성 경비는 단계적으로 폐지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수활동비와 달리 기밀유지의 명분도 없는 특정업무경비는 우선적인 폐지 대상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