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장인 100명이 한땀한땀, 트럭에 자부심 싣다

볼보 UD트럭, 일본 아게오 공장 첫 공개

[아시아경제 사이타마(일본)=정준영 기자]6일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아게오(上尾)시 UD트럭 본사 공장 입구. 직공들의 사진 아래 이름이 적힌 명패가 죽 달려있는 게시판이 눈길을 끈다. 100여명 남짓한 이들은 모두 일본 국가시험을 통과한 특급부터 1·2급의 장인들. ‘모노즈쿠리(物作り)’ 이른바 장인정신이 발현되려면 전제나 다름 없는 ‘장인들’의 존재감이 공장 입구부터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이 같은 명패들은 공장 내부에도 각 조립라인마다 게시돼 숙련공과 국가기능자격을 보유한 직공들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있다. 공장 내부 안내를 돕던 엔진조립라인 총괄책임자도 게시판에 특급 기능 보유자로 내걸린 자신의 명패를 가리키며 웃음지었다. UD트럭의 생산라인은 시종일관 이들 ‘장인’들의 손길에 맞춰져 있다. 핵심부품인 엔진 라인부터 차체조립까지 전체 370여m에 이르는 조립공정은 대부분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부품 하나하나 차체에 끼워 넣고 연결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장인들의 몫이다.

UD트럭 아게오 공장, 엔진 조립 라인. 직공은 모니터에 표시된 작업이 필요한 위치와 부품 정보에 따라 숙련된 손길을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전적으로 자동화에 의존하지 않는 덕에 생산라인이 뽑아내는 제품도 제한이 없다. 하나의 엔진조립 라인에서 대형, 중형, 소형 UD트럭에서 생산하는 모든 트럭의 배기량을 감당할 수 있는 엔진들이, 하나의 차체조립라인에서 UD트럭의 전 제품군이 생산될 수 있다. 취재진이 엔진조립 라인을 따라 걷는 와중에도 대형 ‘큐온’에 얹힐 엔진 바로 뒤엔 중형 ‘콘도르’에 얹힐 엔진이 뒤따르는 등 주력 모델에 들어갈 부품들이 동시에 생산되고 있었다. 생산라인의 융통성과 일본 장인들의 열처리 도장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선 ‘나만의 트럭’도 가능하다. 공장 관계자는 “전체 적용가능한 도장의 종류가 3000종이 넘지만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서 소비자들이 곤란해할까봐 128종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따로 정한 색의 옷을 입은 트럭들만 전체 생산 트럭의 20%를 넘어선다.

UD트럭 아게오 공장 차체 조립 라인. 작업하기 편하도록 차체 바닥이 위를 향하게 뒤집어 놓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대다수의 공정은 선 자리에서 로봇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 할 수 있어 하루 종일 근무하면서도 몸을 숙이거나 올려다보는 등 힘든 자세를 취할 일이 없다. 공정의 초반은 아예 차체를 바닥이 보이도록 뒤집어 놓고 시작한다. 타이조 마츠오 UD트럭 생산관리 부사장은 “무거운 물건은 위에서 내려놓는 게 작업하기도 편하고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차체 바닥 조립이 끝나고 캡을 얹을 무렵이 되면 ‘턴오버(turn over)' 공정에 따라 다시 차체를 정상적으로 뒤집는다. 믿고 탈 수 있는 트럭의 생산이 장인들의 손에 달린 만큼 공정에서 느껴지는 ‘사람’ 중시는 처우에서도 이어진다. 공장 관계자는 “보유한 자격 등급에 따라 급여가 인상되는 폭도 다르다”고 귀뜸했다. UD트럭은 신입 직공둘도 장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실습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사람이 하는 일에 뒤따르기 마련인 실수는 ‘포카요케(ぽかよけ) 시스템’으로 막는다. 조립라인을 따라 차체에 부착된 담뱃갑 크기의 흰 상자들은 각 직공들이 공정을 문제없이 마쳤을 경우 떼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직공들은 각기 리모컨을 갖고 있어 공정 중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라인에 신호를 낼 수 있고, 공정 진행을 확인할 수 있는 현황판이 공장 내 곳곳에 설치돼 있다. 포카요케는 ‘실수막이’를 뜻하는 일본어 자체다. 케네스 하가스 UD트럭 브랜드 전략·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현장에서 손을 더럽히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실수로 놓친 부분을 직공이 자인하도록 함으로써 성공적인 생산을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숙련공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곳은 ‘볼보’의 생산방식이 뒷받침하고 있다. 공정별로 작업이 필요한 부위와 해당 부위에 사용할 부품은 컴퓨터가 알려준다. 라인을 따라 쉴새없이 오가는 무인선반이동차량은 각 공정에 필요한 부품을 자동으로 싣어 나른다. 부품을 싣는 직공들은 각 선반별로 필요한 부품을 알려주는 초록색 표시등의 신호를 따라 선반에 얹어두기만 하면 된다. 직공들의 근무 시간은 트럭의 생산량과 직결된다. 아게오 외 하뉴, 고노스 등 3곳에서 트럭을 생산하는 UD트럭은 전체 생산량을 동시에 조율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날 아게오 공장의 생산목표는 42대로 하루 최대 생산능력인 120대 대비 35%의 가동률을 보여 공장 근로자들은 1시간 단업이 예정돼 있었다. 첨단의 공정과 장인의 손길을 보듬었지만 공장을 놀리는 시간을 줄여야할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UD트럭은 볼보그룹이 2007년 일본 상용차 업체 ‘닛산 디젤’을 편입해 만든 브랜드다. 볼보가 갖춘 엔진과 차체에 대한 기술력이 일본 장인들의 손길과 만나 ‘UD트럭’으로 거듭나는 셈. 사명인 UD 역시 ‘궁극의 신뢰성(Ultimate Dependability)'을 의미한다.지난 9월 15톤급 6X4 대형 카고트럭(전체 6개 바퀴 중 구동륜이 4개인 적재함을 갖춘 트럭) ‘큐온(Quon)'으로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래 생산라인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D트럭은 품질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섬세한 요구를 받아 안기 위해 전량 일본 국내에서 생산된 물량으로 한국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사이타마(일본)=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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