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선포했다. 그동안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미사일발사는 이번이 5번째다. 군 관계자는 2일 "북한은 1일 담화를 통해 오는 10일부터 22일 사이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으로 발사하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날짜는 날씨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8년 8월31일 `광명성 1호 위성(대포동 1호)'을 발사했고 2006년 7월5일 '대포동 2호' 미사일에 이어 2009년 4월5일 `광명성 2호 위성'을 쐈으며 올해 4월13일에는 철산군 동창리에서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이번 발사준비 움직임도 국제사회가 이미 포착해 우려를 표명해왔지만 결국 북한이 발사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큰 파장이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이번에 장거리 미사일을 쏘게 되면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에 즈음한 지난 4월13일 `광명성 3호'를 발사했다가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1~2분 정도 비행하다 공중에서 폭발해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실패 8개월만에 재시도하는 셈이다.
▲북한 장거리미사일 발사 강행 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려는 데는 올해 출범한 김정은 체제가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주기(12월17일)에 맞춰 그의 유훈으로 강조해온 `인공위성'을 발사함으로써 주민의 충성심을 유도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 한다는 것이다.내년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 협상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이달 19일 예정된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속셈이라는 관측도 있다.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유산으로 여기는 인공위성을 발사함으로써 내부결속을 다지고 주민의 애국심을 고취해 김정은 정권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려는 것 같다"며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자주성을 보여주고 미국에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했는지를 판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발사날짜 선정변수는 날씨= 북한 장거리미사일의 성공여부는 기술적인 요인외에도 날씨가 변수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스커드 미사일을 기반으로 액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로켓 기술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발사 추진체 기술만 놓고 보면 남한을 앞서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북한은 1일 미사일 발사를 예고하면서 "지난 4월 진행한 위성발사에서 나타난 결함들을 분석하고 위성과 운반 미사일의 믿음성과 정밀도를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심화시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준비를 끝내었다"고 장담했다.하지만 발싸예고 날짜가 10~22일인점을 감안한다면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갈 경우 미사일 발사 시 액체 연료나 전력 장치 등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광명성 3호 위성'의 발사 추진체로 사용하는 `은하-3호'는 액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는 미사일을 발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로켓이 발사될 예정인 동창리 기지는 평안북도 철산군에 속해있다. 이곳의 위도는 북위 39.2도로 비록 해안지대에 있지만 겨울에는 찬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기상청은 북한에는 최근 눈·비가 많이 왔고 이달 7일까지는 평안북도 일대에 구름과 눈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8일 이후 북한지역 날씨를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기상청이 설명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달 10∼22일 중 날씨가 맑고 기온이 비교적 따뜻한 날을 골라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적의 발사 날짜를 `택일'하기는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기온 자체는 로켓 발사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예고한 기간에 로켓을 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전망도 있다.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는 "로켓에 사용되는 액체연료는 빙점이 매우 낮아 영하 날씨에서 로켓을 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북한의 액체연료는 중국이 사용하는 `하이드라진' 계열로 영하 5도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결함 극복했나= 기술적인 결함을 극복했는지도 관건이다. 북한이 이달 발사하겠다고 주장한 운반로켓은 지난 4월 공중에서 폭발한 미사일과 동일 기종인 '은하-3호'라고 밝혀 정밀도를 개선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북한은 지난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 이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수차례 엔진성능 개선 시험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등 다른 나라에서 장거리 미사일 정밀도를 개선하기 위한 자료 확보를 시도하는 등 미사일의 기술 결함을 극복하기 노력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4월 발사 때는 연소 단계에서 자세제어장치(DACS)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돼 북한의 미사일 제어기술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그러나 지난 4월13일 오전 7시39분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된 장거리 미사일은 1~2분 정도 비행하다 공중에서 폭발해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당시 미사일은 백령도 상공 최고 고도 151㎞ 위치에서 낙하하기 시작해 최종적으로 20여개 조각으로 분리된 것으로 관측됐다. 군 당국이 레이더를 통해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한 결과 2ㆍ3단 본체는 3조각으로, 1단 추진체는 17조각으로 각각 쪼개졌으나 1단과 2단이 분리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력을 파악하기 위해 해상에 추락한 로켓 잔해 수거 작업을 펼칠 계획이었으나 추락 지점이 워낙 광범위해 수거 작업을 포기했다.
▲이번엔 위성 달았나=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인공위성에 관한 기술여부는 현재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볼 때 50~100㎏급의 초보 수준의 실험위성은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도 제작과 자원 탐사 등 지구관측 임무를 수행하는 실용위성 제작 기술은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이 때문에 군 관계자들은 북한이 주장하는 '실용위성'은 결국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포장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인식에 따라 정부와 군은 북한이 그간 발사했던 장거리 로켓을 `장거리 미사일'로 부르고 있다.기본적으로 로켓에 탄두와 유도장치를 결합하면 탄도미사일이고 위성을 탑재하면 우주발사체가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주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전환하려면 추가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성체 대신 탄두를 설계하고 장착할 수 있는 기술만 있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다.ICBM은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할 때 탄두가 고열에 견디는 기술이 핵심이다. 장거리 미사일 기술이 완성되면 다음으로는 탄두가 고열에 견디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순서라고 한다. 즉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6천~7천℃의 마찰열을 견디기 위한 재료 및 삭마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군 당국은 북한이 중거리 수준의 재진입체 기술은 보유하고 있으나, ICBM급은 기술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상 장거리 미사일은 발사 3~5일 전 발사대에 장착하고, 3일 전에는 전력 및 연료주입용 케이블 연결, 1일 전에는 액체연료와 산화제를 혼합한 추진연료를 주입한다.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에도 위성이라고는 주장하고 있지만 대륙간 탄도미사일 성능을 점검하고 정치적인 이슈만들기로 판단된다"며 "정확한 발사시점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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