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오종탁 기자]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정중동' 행보가 길어지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측이 애를 태우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가 전날 후보 사퇴 발표 5일 만에 서울에 나타나자 내심 해단식을 치르고 공식적인 지지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안 전 후보는 "지지자들의 뜻을 따르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다. 결국 '좀 더 시간을 두고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문 후보 측은 선거 초반 판세가 박 후보에 오차범위 열세인 상황으로 흘러가자 이런 구도가 자칫 장기화 될 경우 '안철수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기 어렵고, 지지율 격차를 극복해 역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위기감을 내비치고 있다. 안 전 후보와 형식적 후보 단일화는 이뤘지만 공동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를 갖추고 화학적 결합을 위해서는 안 전 후보 측과의 공동선대위 격인 '국민연대' 구축 작업이 필수적인데 이게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 사퇴 다음날인 24일 공동선대위원장단이 총사퇴를 결의한 후 사실상 '컨트롤 타워' 가동을 중단했다. 대선을 불과 21일 남겨둬 물리적인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 속에 '국민연대 준비위'라도 먼저 띄워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의사결정 단위가 없어져 갑갑해진 게 사실"이라며 "새누리당의 정치공세에 대응하는 것도 선대위원장의 중요한 일인데 이것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안 전 후보의 등판이 늦어져 문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정권심판론'과 '정권교체론'이 온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권교체론 같은 선거구도는 야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구도임에도 불구하고 언론 등 세간의 관심이 안 전 후보에게 쏠려 있어 아직까지도 '새 정치와 정치혁신' 프레임이 작동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민생 정책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박 후보가 이에 대한 공동책임자라는 프레임을 덧씌워야 하는 문 후보 측으로서는 아직까지도 '새 정치'라는 말이 유세장에서 나오는 게 달갑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반면 안 전 후보의 등판이 아직은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지지자들의 마음이 녹을 때까지 민주당이 기다려야 한다"며 "2002년 정몽준 후보도 노무현 후보를 조기에 도와주지 않고 좀 지나서 도와줬다"고 말했다. 우 단장은 이어"같은 양상으로 가야 안철수 지지자들을 다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캠프 핵심인사도 "안 전 후보가 대선을 보름 남짓 남겨두고 등판하면 '단일화 2단계'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때처럼 호소력 있는 안철수식 지원이 문 후보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이러한 가운데 안 전 후보 측은 '안 전 후보가 결국 문 후보를 돕긴 하겠지만 그 전에 문 후보 측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전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문 후보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아직 변한 게 없는 상황에서 안 전 후보나 캠프 주요 관계자들이 다함께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변한 게 없다'는 말은 단일화 과정에서의 앙금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캠프 국민소통자문단 박인환 위원은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지원이 절실하다' '새정치공동선언, 국민연대를 꼭 실현하겠다'는 등의 가슴에 와닿는 메시지를 안 전 후보에게 보내야 한다"며 "지금처럼 대중 연설에서 안 전 후보를 잠깐 언급하는 것 정도로는 안 전 후보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오종탁 기자 ta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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