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잭맨 “장 발장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 홍보차 한국을 찾은 배우 휴 잭맨(왼쪽)과 프로듀서 카메론 맥킨토시.

<div class="blockquote">빅토르 위고가 쓴 불멸의 고전 <레 미제라블>은 속죄와 희생, 그리고 신념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1985년 런던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 이후 전 세계 42개국에서 공연된 이 뮤지컬이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 등 쟁쟁한 배우들에 의해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졌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포함해 세계 4대 뮤지컬을 제작한 유명 프로듀서 카메론 맥킨토시가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했고 영화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특히 사전 녹음 후 촬영 현장에서 립싱크를 하는 방식이 아닌, 매 테이크마다 세트에 있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실시간으로 노래한 라이브 레코딩을 택한 것은 뮤지컬 영화 역사상 처음이다. 가난과 억압에 절망한 이들의 절규 같은 노래 속에 그럼에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을 담아 낸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 역을 맡은 휴 잭맨과 프로듀서 카메론 맥킨토시가 기자회견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맨 중의 맨’ 휴 잭맨은 코제트를 지켜주는 장 발장처럼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신사인 동시에 한글로 쓰인 이름표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마저 귀여운 남자였다.
카메론 맥킨토시는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컬 프로듀서라 평가받는데 영화로 만든 첫 작품이 <레 미제라블>이다. 굉장히 오랫동안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었다고. 카메론 맥킨토시: 25년 전에는 휴 잭맨이 너무 어렸다. 조금 나이가 든 다음에 이 역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다렸다. (웃음) 앤 해서웨이는 그녀의 어머니가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판틴 역을 했었다. 그 때 어린 앤이 엄마와 함께 공연장에 있었다. 코제트 역을 하기도 했다. 러셀 크로우의 경우 난 잊고 있었는데 본인이 얘기해주길 대학을 갓 졸업한 다음 시드니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오디션을 내 앞에서 봤다더라. 그 때는 배역을 못 땄지만 이번 영화에 멋지게 출연해주었다. 특히 뮤지컬 형식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는 형태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카메론 맥킨토시: 일단 예전의 방식, 사전 녹음을 해서 립싱크를 하는 방식으로는 <레 미제라블>은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 음악을 통해 스토리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계속 노래를 해야 한다. 배우들이 사전에 음악 없이 연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거다. 감독도 이 점을 고집했고 그 덕분에 이 영화의 색깔, 정체성이 생긴 것 같다. 톰 후퍼 감독이 영화 작업의 적임자라고 생각한 이유는? 카메론 맥킨토시: 톰 후퍼는 젊고 유능한 감독이다. 그 외에는 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을 것 같다. 그가 먼저 <레 미제라블>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내게 연락을 했다. 정말 많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갖고 있어서 영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실 25년 전에 알란 파커 감독이 먼저 영화로 만들 뻔 했는데 그 때 안 된 게 어떻게 보면 다행이고 운명이다. 요즘처럼 라이브 녹음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고, 휴 잭맨을 비롯한 좋은 배우들이 그 때는 없었을 수도 있다. 이번 영화의 경우 대부분의 배우들이 뮤지컬 공연 경험을 갖고 있다. 뮤지컬과 함께 자라난 이들이다. <H3>휴 잭맨 “감정이 먼저 뼈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H3>
휴 잭맨은 대사가 아닌 노래로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해야 했는데 연기할 때 시행착오는 없었나. 휴 잭맨: 많았다. 중요한 것은 노래를 할 때 항상 감정이 먼저 앞서야 한다는 거다. 감정이 먼저 배우의 뼈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절대로 내가 지금 노래하고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걸 의식하고 있다면 사실적이지 않지, 리허설인 거지. 예를 들어, 카 레이싱을 하는 드라이버 같은 거다. 직감적으로 기어를 바꾸는 거지 생각을 하면서 하는 게 아닌 거다. 음이 맞나? 리듬이 맞나? 내 기법이 어떤가?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감정에 몰입해야 한다. 만약 이게 사전 녹음이었다면 배우로서는 오히려 힘들었을 것 같다. 3개월 전에 부른 노래에 지금의 연기를 맞춰야 하니까. 라이브 레코딩이기 때문에 촬영할 때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의 지도 덕분에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휴 잭맨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휴 잭맨: 굉장히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원래 원작 뮤지컬에 없었던, 영화에만 나오는 노래가 있다. ‘Suddenly’ 라는 신곡이다. 장 발장이 사랑할 대상을 찾았을 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노래다. 최고의 작곡가, 작사가가 내 캐릭터만을 위해서 만들어주었다는 게 정말 감동적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내가 부른 ‘Who am I’도 좋아한다. 장 발장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코제트를 두고 가는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한편으론 하늘나라로 가는 준비를 노래하는데 그 때 심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휴 잭맨: 아마 부모인 분들은 그 순간 장 발장의 마음이 어땠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날 때 느낌이 어떨까 이런 생각을 누구나 하지 않나.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장 발장의 마지막 순간을 멋지게 연기할 수 있어 정말로 기뻤고 <레 미제라블>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배우로서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휴 잭맨은 같은 호주 출신 배우인 러셀 크로우와 함께 연기했는데 기분이 어땠나. 휴 잭맨: 러셀 크로우는 아주 멋지게 자베르를 연기했다. 그와 같이 함께 연기한 건 정말로 영광이었다. 대본에 없는 좋은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제안했다. 카메론 맥킨토시: 영화에 휴 잭맨과 러셀 크로우가 서로 대립하는 장면이 있다. 리허설 하는 모습만 보고도 이 배우들이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멋지게 연기하고 있음을 느꼈다. 휴 잭맨은 앤 해서웨이와 지난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 오프닝 공연에서도 뮤지컬을 함께 했고 이번 영화에서의 호흡을 맞췄다. 휴 잭맨: 앤 해세웨이와 서로 알고 지낸지는 좀 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정말 멋진 공연을 함께 했다. 그녀와는 노래 선생님이 같아서 뉴욕에서 20분 간격으로 호흡을 맞춰보면서 노래를 했었다. 굉장히 유능하고 멋진 배우다. 첫 날 리허설에서 앤의 노래를 듣고 감독님에게 그냥 찍으시죠, 리허설이 필요하세요? 라고 말했을 정도로 정말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는 배우다. <H3> 카메론 맥킨토시 “휴 잭맨은 타고난 고운 심성을 갖고 있다”</H3>
역대 최고의 장 발장이라 평가받는 콤 윌킨슨이 주교 역으로 출연했다. 그 외에도 25주년 특별 공연에 출연했던 사만다 뱅크스 등 뮤지컬에 섰던 배우들이 이번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그들을 캐스팅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카메론 매킨토시: 콤 윌킨슨이 먼저 연락을 해서 그 역할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에 주교가 장발장에서 촛대를 넘기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어떻게 보면 내 역을 당신에게 넘기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 영화를 통해 그는 멋지게 자신의 커리어를 마무리한 셈이다. 사만다 뱅크스는 17살에 한 TV 쇼를 통해 발탁되어 런던 공연에서 에포닌 역을 했다. 가브로쉬 역으로 나오는 어린 친구도 <올리버>라는 내 뮤지컬에 출연한 적 있는 배우다. 휴 잭맨은 뮤지컬 영화인 <레 미제라블> 뿐 아니라 뮤지컬 무대에 서기도 했고 <가디언즈>에서 목소리 연기도 했다.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하는 건 어떤 경험인가. 휴 잭맨: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살면서 많은 기회가 왔다. 항상 모든 것이 ‘서프라이즈’로 와 닿는다. 이 영화도 그렇다. 정말 하고 싶었다. 뮤지컬 영화를 오래 전부터 하길 원했는데 타이밍이 딱 맞았다. 톰 후퍼 감독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정말 이 역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목소리 출연, 뮤지컬, 뮤지컬 영화, 영화는 물론 다르다. 기법이나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배우로서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는 자세는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것. 사람들이 내 연기를 보고 아, 저게 내 얘기구나 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레 미제라블>은 이보다 더 멋진 경험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연기, 노래, 감정 등 정말 모든 부분에 있어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 <레 미제라블> 원작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휴 잭맨: 원작 소설에는 사랑, 희망, 용서, 정의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들어 있다. 300년이 지나도 이 소설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거라고 확신한다. 요즘 영화에 슈퍼 히어로가 많이 나온다. 나도 그 중의 하나였고. 그런데 장 발장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 아닌가 싶다. 너무나 많은 역경을 맞고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더 높이 비상하지 않았나. 그래서 사람들이 장 발장에게서 영감을 받고 그의 겸손이나 용기, 남을 위하는 마음을 본보기로 삼는 게 아닌가 싶다. 카메론 맥킨토시: 배우가 절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게 그 사람 안에 있는 마음이다. 심성이랄까. 그런데 휴 잭맨은 정말 타고난 고운 심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장 발장을 잘 연기해준 것이다.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이번 시즌 새로운 프로그램의 음악으로 <레 미제라블>을 선택했다. 이를 알고 있나? 휴 잭맨: 김연아 선수가 이미 금메달을 땄지만 <레 미제라블>을 선곡했기 때문에 또 한 번 확실히 이겨 금메달을 딸 것이다. 김연아 짱! 그녀를 영화 시사회에 초대하고 싶다. 친구 여섯 명과 함께 영화를 보러 와라. 영화를 보면 영감을 팍팍 받아 더 멋진 스케이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년 뒤에 <레 미제라블>을 아이스 스케이팅 뮤지컬로 만들 건데 그 때 나, 러셀 크로우, 김연아 선수가 주인공일 것이다. 사진제공. 레몬트리<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취재팀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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