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메이저리그 진출의 기회를 얻은 류현진.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포스팅 시스템(Posting system, 비공개 경쟁입찰)에서 소속팀 한화의 기대치가 우선적으로 충족돼야 한다. 한화 구단은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포스팅 신청서를 제출했다. 내용은 그대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 전달돼 빅 리그 30개 구단에 통보된다. 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이적료를 제시한 구단이 한화와 우선협상을 벌인다. 자리는 마련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화가 예상보다 낮은 금액에 포스팅 자체를 철회할 수 있기 때문. 합당한 가치에 대한 기준은 이미 세워뒀다. 구단 측은 “류현진과 합의된 사항”이라면서도 “공개는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아시아경제는 야구 관계자 8명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그 정도를 가늠했다. 과반 이상인 6명의 관계자는 500만 달러를 내다봤다. 나머지 2명은 각각 300만 달러와 600만 달러였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한화와 류현진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겉보기에 가능성은 꽤 높아 보인다. 적잖은 야구인들이 천웨인의 승승장구를 예로 들며 류현진의 성공을 장담한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스카우트들로부터 받은 종합평가 5위도 적잖게 거론된다. 이를 근거로 일부 언론과 블로거들은 이적료를 1000만 달러를 넘어 1500만 달러까지 전망하고 있다.
천웨인[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사실 비교대상으로 천웨인은 부적절하다. 천웨인이 메이저리그의 시선을 끈 건 직구 구위와 일본리그에서 올린 수준급 성적이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6km.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평균(148km)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승승장구를 거둔 건 볼 끝의 위력 덕이었다. 무려 29.6cm의 상하 움직임과 13.6cm의 좌우 움직임을 선보이며 타자들의 눈을 괴롭혔다.류현진은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 증가에 주안점을 두고 시즌을 임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의식한 까닭. 스스로 인터뷰를 통해 “(스카우트들이 보고 있을 때) 더 집중해서 던진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을 정도다. 직구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을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구단의 한 관계자는 놀랍게도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그만한 직구를 던지는 투수는 흔하게 발견된다”며 “선발투수로서 얼마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WBC에서 류현진을 종합 5위로 평가한 건 직구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체 9위에 올랐던 김광현(SK)과 삼성의 정현욱이 찬사를 받았다. 류현진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는 다음과 같았다.“데이비드 웰스(1987~2007 21시즌 239승 159패 평균자책점 4.13)를 연상하게 하는 완급조절을 이용한 피칭이 돋보인다.”이들의 눈에 류현진은 정통파가 아닌 기교파 투구에 더 가까웠다. 당시 전체 18위를 차지한 윤석민(KIA)도 특유 고속 슬라이더를 칭찬받았지만 직구 위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류현진을 향한 불안요소는 하나 더 있다. 변화구의 위력이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점이다. 내셔널리그 빅 마켓 구단의 스카우트는 “올 시즌 류현진의 투구를 세 차례 관전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슬라이더, 서클체인지업 등의 각과 제구가 이전만 못하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선보인 특유 완급조절이 미국에서 얼마나 발휘될 지 모르겠다. 당장 선발투수가 급한 구단이 아니라면 배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높은 이적료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당장 류현진을 필요로 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얼마나 될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뉴욕 양키스는 현실적으로 경쟁에 뛰어들 처지가 아니다. 사치세를 면하기 위해 2014년까지 팀 전체 연봉을 1억 8900만 달러(약 2098억 원) 이하로 줄일 방침을 세울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양키스는 최근 로빈슨 카노, 커티스 그랜더슨 등과의 재계약을 미루기도 했다. 대신 1500만 달러의 옵션을 적용했다. 이적 이후 맹활약을 펼친 스즈키 이치로와의 재계약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두 번째로 자주 거론되는 LA 다저스는 1년여 전부터 오오타니 쇼헤이 영입에 혈안이 돼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의 큰손으로 부상한 텍사스 레인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등도 마찬가지.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관계자는 “오프시즌 빅 리그 진출을 타진하는 동양인 선수 가운데 단연 최대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류현진도 인기가 좋은 편”이라며 “스카우트 사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카고 컵스, LA 에인절스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라고 전했다.
이들이 얼마의 이적료를 제시할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한화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류현진의 해외 진출이 무산된다는 점이다. 한화는 1999년과 2000년 정민철과 구대성을 각각 임대 형식으로 일본프로야구에 진출시켰다. 당시 승인에 조건은 붙지 않았다. 선수들이 강한 의지를 보여 대승적 차원에서 전력 약화를 감수하고 허락해줬다. 당시의 호기는 재현될 수 없는 걸까. 아직 한화는 류현진을 보낼 준비를 하지 않았다. 보도 자료에 명시한대로 협조만 하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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