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불안에 잠식당한 영혼은 '소비'로 구원받는다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당신이 자주 가는 곳, 당신이 읽는 책이 당신을 말해준다'. 오늘날 우리는 수백년 전 괴테가 남긴 이 문장에 '당신이 소비하는 것'을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소비하는 것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명제가 성립하는 세계는 우울한 감정 역시 '소비'라는 방식으로 해소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럽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일상이 답답하다고 생각될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기분 전환 삼아 머리를 자르거나 쇼핑을 하기도 하고, 요가스튜디오나 헬스장을 찾아 땀을 흘리면서 잠시 우울한 감정을 잊어버리려 한다. 때론 여행을 가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한다. 이 모든 일상적인 행위들은 우울한 감정을 없애기 위한 '소비'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우울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우울'이라는 마음속 빨간 등이 켜지면 재빨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기 바쁘다. 영화, 마사지, 요가, 여행상품 등이 이미 쉽게 손이 닿는 곳에 널려 있다. 쇼핑몰, 놀이동산 등 우울함을 잠시 잊게 만들어주는 공간도 많다. 좀 더 근본적으로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싶다면 전문가의 카운슬링을 받을 수도 있다. 이것 역시 오늘날 우리에게는 구입할 수 있는 하나의 서비스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비를 통해 우리는 우울한 기분을 달래고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불안과 우울의 원인을 찾아내고, 우울한 사회에서 '소비'를 통해 위안을 얻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매일 우울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리가 육체적, 정신적 파탄에 이르지 않도록 해주는 게 바로 '우울 소비'라고 말한다. 우울이 없는 완벽한 삶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울에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이지만, 내가 의식적으로 느끼지 못할 정도의 우울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이 돼버렸다. 저자는 우울에 익숙해지는 첫 단계는 '우울함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울 소비'를 통해서 버텨나가는 하루하루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행복한 사람은 쇼핑을 하지 않는다/21세기북스/박규상 지음/ 1만5000원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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