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박근혜 방문설에 '갑론을박'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부산대학교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특강'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박 후보가 오는 24일 부산대에서 특강을 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학생들은 박 후보의 방문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박 후보는 최근 5·16 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 논란으로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 이에 '반(反) 유신'의 상징인 부산대에서 전향적인 역사관을 드러내 분위기 일신을 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방문설이 처음 전해진 지난 21일 일부 학생들이 부산대 정문에서 박 후보의 강연을 반대하며 시위를 펼쳤다.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는 연일 찬반 논란이 일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왼쪽)와 부산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박 후보 특강 관련 글들

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노모씨는 게시판 글에서 "부산대는 부마항쟁을 통해 유신의 종결을 이끌어낸 학교인데 박 후보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특강을 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박 후보는 학교 방문 이전에 역사 앞에서 진정한 사과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역시 박 후보의 특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산업공학과 진모씨는 "이것은 좌·우파 색깔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박 후보가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행한 인혁당 사건 같은 역사적 진실을 미화하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현실에서 그의 부산대 강연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박 후보의 방문을 '나름대로 역사성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도 있었다. IT응용공학과 이모씨는 "특강을 '민주화 항쟁의 학교'라는 역사적 의미를 앞세우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며 "박 후보가 10·16 기념관(부산대에서 부마항쟁을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에서 강연을 하면서 뚜렷한 역사 인식을 보여준다면, 나아가서 역사의 진실을 인정한다면 (특강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전기공학과 김모씨는 "대선후보에 대한 호·불호와는 상관 없이 이 시대의 지성인으로서 박 후보의 이야기를 듣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학과 한모씨는 지난 5월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가 부산대에서 강연했던 것을 상기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원주의'에 비춰보면 자신과 정치적, 역사적 인식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도 편견없이 들어주는 것이 맞다"며 "박 후보의 역사 인식이 세간에 회자되는 대로 그러한지, 아니면 대선을 앞두고 인식이 바뀌었는지 한번쯤 들어볼 필요가 있고 그래야 제대로 투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특강은 부산대 본부에서 기획했으며 현재 박 후보 측의 고사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22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부산대와 부산대 총학생회가 공동 명의로 우리에게 초청장을 보내와서 (24일) 학교 방문을 검토했지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은 것 같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박 후보의 24일 부산 방문은 (부산대를 방문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그러자 부산대 총학생회 측은 "우리가 학교 측과 공동으로 박 후보에게 초청장을 보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총학생회가 박 후보를 초청한 적은 없으며 우리도 언론 보도를 보고 (박 후보가 방문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반박했다.오종탁 기자 ta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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