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태양광발전 붐에도 정작 미국 업체들은 '전멸'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전세계 태양광 산업계가 과잉공급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울상’이지만 미국에서는 값싼 외국산 패널 덕에 전례없는 발전기 설치 붐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을 밝혔지만 미국 태양광 패널업계는 정책적 육성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대신 가격이 크게 떨어진 중국산 패널 등이 대거 유입되면서 태양광 발전이 수력·풍력 등의 다른 발전산업에 비해 큰 경쟁력을 얻으며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시장분석업체 GTM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상반기 신규 태양광발전기 설치는 지난해 상반기 623MW에 비해 두 배 늘어난 1254메가와트(MW)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총 태양광 발전용량은 2500M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간 태양광 발전량 집계치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통상적 발전방식과 태양광 발전의 비용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1970년대 말 지미 카터 대통령 당시 백악관에 처음 설치됐던 태양광 발전기는 W당 15달러의 발전비용이 들었다. 지금 달러가치로 환산하면 약 50달러다. 하지만 오늘날 태양광발전 평균 비용은 W당 84센트에 불과하다.이처럼 태양광발전이 값싼 발전수단이 되면서 향후 미국 전체 발전산업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질 전망이다. 각 주마다 정책의 차이가 있지만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관련 개발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주요 시설에 의무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할당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메릴랜드주 등에서는 가정에서 태양광 자가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발전업체들이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했다.이처럼 태양광 발전이 빠르게 보급되는 데는 뜻밖에도 중국산 저가 패널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 2008년 전세계 태양광 패널 공급의 5분의1을 차지했던 중국은 지난해에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반면 한때 태양광시장을 지배하다시피 한 미국은 지난해 3%로 위축됐다. 지난해에는 대표적인 미국 태양광패널 제조업체 솔린드라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밀려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고속성장한 중국 태양광업체들 역시 공급과잉의 역풍을 맞고 있다.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중국 선텍과 LDK, 잉리 등은 상반기 막대한 영업손실을 냈다. 여기에 미국·유럽 정부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문제삼아 중국산 패널에 덤핑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중국제 태양광 패널의 가격은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중국 기업들이 태양광 전지 모듈을 외국에서 조달하는 방식으로 교묘히 규제를 피해갔기 때문이다. 태양광 관련업계의 부진 속에서 적어도 당분간은 패널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태양광발전시설의 증가 추세는 미국 정부의 태양광발전 감세혜택 프로그램이 끝나는 내년에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GTM리서치는 “올해 미국 태양광발전 산업계는 71% 성장을 기록한 뒤 내년 25%로 성장세가 크게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김영식 기자 grad@ⓒ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