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명석기자
편집. 이지혜
이선균은 [파스타]에서는 레스토랑을 책임져야 했고, 세중병원에서는 환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골든타임>은 MBC <파스타>를 연출한 권석장 감독과 MBC <베스트극장>의 ‘태릉선수촌’, <커피프린스 1호점>, <트리플>의 이윤정 감독이 공동연출한다. 그들의 대표작은 곧 이선균의 필모그래피다. <골든타임>은 두 사람이 이선균을 통해 마무리하는 어떤 청춘의 기록이다. ‘태릉선수촌’의 이선균은 재벌 2세는 아니었지만 가장 뛰어난 수영 선수였고,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이선균은 운명적인 사랑을 몰고 오지는 않아도 여성에게 전화로 부드럽게 노래했었다. 이선균은 일상의 리얼리티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남자였고, 매력은 또래보다 늘 여유 있는 어른 같은 태도에서 나왔다. 언제나 여유 있게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하던 남자. 또는 그만큼 또래보다 속 깊고 똑똑한 선배. 이선균은 안정된 저음과 명확한 표정으로 이런 캐릭터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태릉선수촌’은 이동경이 선수촌을 벗어나 새 직장을 찾는 것에서 마무리 된다. 선수촌이나 커피숍 같은 청춘의 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권석장 감독은 이선균에게 울타리 밖의 세상을 만나게 했다. <파스타>의 셰프 최현욱은 레스토랑 경영에 대해 책임져야 했고, 세중병원의 선배들은 그에게 환자의 삶과 죽음, 책임에 대한 선택을 요구한다. 더 이상, 빠져나갈 길은 없다. 태릉선수촌의 이동경이 세중병원의 이민우가 되는 사이 치열한 세상 바깥에서 그들을 지켜줄 공간과 기회는 사라졌다. 이민우는 더 이상 이동경처럼 또래들과 함께하며 더 여유 있고 속 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그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은 미국 드라마 자막을 작성하던 그 작은 방 뿐이다. 방 바깥의 세상에서 그는 인턴일 뿐이고, 직장은 그에게 조직의 룰을 따를 것을 강요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보이는 길밖에도 세상은 있어”라고 노래했다. 하지만 그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는 30대 초반에도 안정된 직장을 얻기도 어렵고, 직장에서 원하는 일을 하기는 더 어려운 세상에서 산다. 유능한 셰프이자 여전히 풋풋한 연애를 할 수 있던 최현욱은 다른 길이 없는 세상에서 타협할 수 있는 마지막 판타지였다. 최현욱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방에만 있을 것인가, 온갖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 속으로 갈 것인가. <H3>이상한 세상의 이상한 청춘들</H3>지금 우리는 이민우처럼 모두가 어른이 되기 위한 인턴 기간이 필요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이선균과 <골든타임>은 청춘을 재정의한다. ‘태릉선수촌’에서 또랑또랑하던 이동경의 목소리는 <골든타임>에서 말끝을 흐리고, 여유롭고 묵직한 저음은 정신없이 팔랑팔랑 뛰어다니는 인턴의 하이톤으로 바뀌었다. 확신을 잃고 지쳐 주저앉은 이민우의 초점없는 얼굴. 이선균은 그렇게 다시 우리 시대의 현실적인 한 세대의 얼굴이 됐다. 서른은 훌쩍 넘었다. 하지만 어른은 되지 못했다. 어른이 되고 싶지도 않지만, 어른이 돼야 살아갈 수 있다. 이 이상한 청춘, 또는 청춘을 지나 어른이 되길 기다리는 인턴들. 최인혁 같은 어른을 만날 수 없다면, 그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예측하고 장악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날 것이다. 그 때 이 이상한 청춘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방향도 목적지도 알 수 없지만 일단은 걸을 수 밖에 없는 길. 다만 최인혁이 이민우에게 건넨 한마디는 기억해도 좋을 것이다. “앞으로 이 환자를 보면서 위기가 올 때마다 끊임없이 불안하고 초조해질 것이다. 환자에게 투약을 하고 검사를 하고 관을 꽂고 그러면서 나는 이 환자에게 무엇인가 하고 있구나 위안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그것이 과연 환자를 위한 것인지 불안을 달래기 위한 조치인지. 이 환자는 지금 안정이 필요하다. 무엇인가 하고 싶어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거. 그것도 중요한 디시젼이다. 지금부터 필요한 건 인내심이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강명석 기자 two@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