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나의 캐디편지] '앞 팀 다 어디갔어?'

성격이 급하다 못해 앞 팀만 사라지면 안절부절 못하는 고객이 있습니다.그 고객께서 골프회원권을 갖고 있는 골프장은 숲이 우거져 수려한 경관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역사가 오래돼 아름드리나무들이 빽빽하고, 그래서 더욱 맑은 공기 마시며 여유있는 플레이가 가능한 곳이라는 자랑입니다. 문제는 앞 팀이 멀어지면 플레이 자체가 흔들리는 불같은 성격입니다. 제 아무리 전국에서 제일 좋은 골프장에서 플레이하면 뭐합니까. 일반 골퍼들은 앞 뒤 팀 없는 곳에서 라운드 하는 '대통령골프'가 소원이라는데 참 보기 드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고객께서 오전 일찍 티타임을 잡은 어느 날입니다. 늘 그렇듯이 캐디한테 맨 처음 물어보는 말이 "앞 팀 나갔나?"였습니다. 그 팀 캐디는 아무렇지도 않게 "네"라고 대답했죠. 고객께서는 티오프를 마친 뒤 "근데 앞 팀이 안보이네. 빨리 가야겠다"고 서두릅니다. 급한 성격에 다시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동반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 고객께 끌려 다니며 공도 치는 둥 마는 둥 앞으로만 계속 전진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도 가도 앞 팀이 보이지가 않는 겁니다. 고객님께서는 본인보다 더 빠른 팀에 대해 괜히 오기를 부리며 "더 빨리, 더 빨리"를 외차다가 눈 깜짝할 새 전반 9홀이 끝나 버렸습니다. 분명히 그늘집에서 마주칠 거라고 생각한 고객은 앞 팀을 만나기 위해 그늘집에 들어갔지만 역시 텅 비어 있을 뿐입니다. 당연합니다. 없는 앞 팀을 따라 서둘러 추격했으니 말입니다. 전반 9개 홀을 불과 1시간 남짓 돌아버려 동반 캐디는 아예 스코어를 한 홀도 적지 못했다고 합니다. 성격 급한 그 고객이야 그렇다 치고, 동반자 분들은 무슨 죄입니까? "다시는 같이 공 안 친다"며 귀가했다는 후문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날 고객께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을 캐디를 떠올려 봅니다."네"라는 대답도 쉽게 해서는 절대 "아니, 아니, 아니되옵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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